지난 16일 하이닉스반도체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해 21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말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불과 몇주만에 2만원대를 가뿐히 회복한 것.
하이닉스의 상승은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아 온 D램 가격 하락세가 크게 완화되면서 '바닥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게 매각 입찰을 앞둔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의 마음을 살짝 뜰뜨게 만들었다.
본 입찰 3주 후에 신주 발행 가격을 산정하고 구주 매각 가격을 신주에 연동시키는 '방책'까지 나오게 됐다.
하지만 채권단의 이 같은 욕심이 매각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우선 당장 SK텔레콤이 발을 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에 화들짝 놀란 채권단은 18일 "입찰과 주식매매계약(SPA) 일정의 간격을 줄여 매각가격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없애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채권단 꼼수 뒤에는 '론스타' 있어
하이닉스 채권단은 인수 희망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해온 매각가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 신주 발행 조건이 나와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신주 발행은 채권단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하이닉스 이사회를 통해 의결되는 만큼 하이닉스 측에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입찰가 따로 인수가 따로' 방식이 여전해서다.
예컨대 입찰 참여 기업이 본 입찰 당시 주당 가격 2만원을 써 냈더라도 11월 본계약 시점에서 주가가 30% 오른 2만6000원이라면 응찰 기업들은 하이닉스 지분은 1억5000만주임을 감안할 때 약 9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통상 인수·합병(M&A)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오르기 마련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M&A에 따른 기대감을 차지하더라도 지금 추세라면 하이닉스 주가는 내달 중 3만원대까지 뜀박질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채권단을 외환은행이 주관하고, 외환은행의 대주주는 론스타라는 점이다.
이미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론스타가 또다시 막대한 매각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하이닉스 인수 포기.. SK텔레콤에 긍정적 요인 될 수도 있어
채권단이 자꾸 말을 바꾸면서 M&A 상식에 상식에 어긋난 태도를 보이자, SK텔레콤은 본 입찰 참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 관계자는 "채권단이 과연 하이닉스를 매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채권단이 계속 매각 기준을 흔들고 혼란을 부추길 경우, 본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당초 "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하이닉스 인수를 교두보로 삼아 내수 위주의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해 글로벌화를 지향하려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가 SK텔레콤의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 놓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 SK텔레콤이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은 신용등급 평가시 지배구조 항목에 부정적인 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