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18일 “국민적 분노를 낳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통령 측근과 권력 심장부에 있는 청와대 수석까지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며 “감세 철회 등으로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와 거리를 뒀다면 이제 국정동반자 관계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총·대선 전초전인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비리의 온상이 된 청와대를 집권 여당이 보호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리 연루자를 엄단하고 이 대통령도 제식구 감싸기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이 한나라당 지도부 사이에선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통해 ‘당청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파혜치는 만큼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낸 사표를 하루만인 16일 바로 수리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얘기”라고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진행되면서 현 정권 인사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기소된 상태다. 여기에 청와대 원년멤버이자 최측근이 김두우 수석까지 검찰 에 소환될 예정이어서 청와대 전체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청와대 한 인사는 “그간 역대 정부를 괴롭혀온 비리 스캔들은 현 정부에선 없을 것이라고 자신에 왔는데 큰 충격”이라며 “여당의 차별화도 문제지만 조기 레임덕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탈당도 요구할 태세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지역구에 한번 내려가 보면 민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탈당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정무라인 관계자는 “비리 연루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청와대는 비리 척결에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왔다”며 “여당이 야당에서나 하는 편협한 공세를 취해선 안된다. 저축은행 비리 실상을 밝히고 엄정히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