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보다 합리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소장은 "30대 그룹 소속의 금융계열사 수는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을 거치면서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들의 자산총액 및 자기자본 점유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많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위기 이전과는 달리 5대 재벌 중에서도 삼성을 제외한 여타 그룹에서는 금융부문의 중요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산업자본의 무리한 금융 확장 전략이 초래한 대규모 부실로 사실상 강제적 퇴출이 이뤄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종합금융업(종금업) 자체가 소멸한 것, 그리고 카드대란 이후 전업 카드사가 대폭 줄어든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에 따른 폐해의 잠재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김 소장은 "규제 완화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욕구는 언제든지 다시 강화될 소지가 많다"며 "최근 일부 그룹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삼성·동부·한화·동양 등은 이미 상당수의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또 현대차와 현대중공업그룹도 기간 안에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계열사 수를 늘렸다.
김 소장은 "유럽연합(EU)에서는 이런 경향을 대비해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회원국에 전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주식 매각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삼성에버랜드 보유지분을 5% 밑으로 줄여야 한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가 20.64%를 팔더라도 이재용 사장(25.1%)을 포함한 삼성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합계가 65%에 육박하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에버랜드의 지분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지분 매각과 그것(지주사 전환)을 연관시키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