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3년> "나아진 게 없다"…시장엔 오히려 더 큰 공포 엄습

2011-09-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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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기반한 성장과 거품…환상이 절망으로<br/>유럽 도미노 디폴트 금융시장 대혼란 우려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했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5일이면 만 3년이 되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해 조만간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그같은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역내 금융권마저 신용경색 위험에 노출돼 리먼사태의 재현 공포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국 중앙銀 초긴장…다시 부양 모드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보면 현재 시장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모임에서 3차 양적완화(QE3)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비슷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제랄드 라이온스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빚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고, 유럽도 국가 채무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 경제도 가파른 상승세에서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약 30%라고 하면, 유럽에 경제위기가 닥칠 확률은 약 70%로 높다"고 우려했다.

스티븐 킹 HSBC 이코노미스트는 현 세계를 '얼어붙은 경제 툰드라'라고 규정하고 "더 심각한 일은 중앙은행이 손 써볼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공황 이후 사실상 '대회복'은 없었다"며 "서구권 국가들은 안타깝게도 일본 경제를 닮아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우리 정치인들도 경제에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빚' 주도 성장·거품…"희망이 없다"
시장에서는 물론 아직까지는 2차 대공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리먼이 서브프라임 모지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무너지고 난 이후 전혀 개선된 것이 없는 점이 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더딘 회복에 더딘 성장, 그리고 다시 침체. 투자자들은 안개 속에서 차를 모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킹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과거 성장과 거품이 빚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모든 투자 대상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환상 속에 빚을 얻어 투자했고, 결국은 은행과 개인, 더 나아가 채권 투자자들까지도 일거에 곤궁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는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 경제가 현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공황 이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디폴트 공포…경기회복 지연 우려
버냉키 의장이 두 차례에 걸쳐 사용했고, 또 한번 검토 중인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일고 있다. 양적완화는 시장에 현금을 돌게 해서 당장은 경기가 개선될지 모르지만, 상품 가격 등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경제 주체와 정부들은 연착륙(소프트랜딩)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특히 유럽에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도미노 등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국제 금융시장에 엄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보통 경기침체는 거품, 부인, 인정, 공포, 회복 등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이번 불황은 새로운 여섯번째 단계인 '재침체'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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