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2년 軍 공백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극복했어요”

2011-09-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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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9개월만에 日골프투어 우승한 이동환, “상금왕 딴 후 미국 진출할 겁니다”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25개월간 군에 있는 동안 제 나름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그러고 휴가 때에는 다른 생각 떨쳐버리고 연습에 몰두했어요. 그것이 군 복무에 따른 공백에서 일찍 벗어나게 한 원동력이 된 것같아요.”

추석 전날인 11일 일본골프투어(JGTO) 도신골프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이동환(24·李東桓)의 말이다. 이동환은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 고교시절이던 2003년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2004년에는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했지만 일본에서 그 이듬해 프로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6년 JGTO 최연소 신인왕을 차지했고 2007년에는 미즈노오픈에서 JGTO 사상 두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8년말 공군에 입대했고 올해 1월 제대해 JGTO에 복귀한 후 8개월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국내 남자선수들에게 군(軍)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걸림돌이다. 이동환은 그러나 짧은 기간에 그 공백을 극복하고 보란듯이 우승했다. 그는 2년여동안 매 대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JGTO는 연간 스케줄이 쫙 나오지 않아요? 그에 맞춰 머릿속으로 연습하고 라운드했습니다. 매 라운드 대회가 열리는 코스를 따라 제가 쳤던 ‘베스트 샷’을 생각하고 이미지 플레이를 했습니다. 군대에 가야하는 후배들도 여건만 탓하지 말고, 저처럼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제대 후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대신 휴가 때에는 만사 제치고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남자골프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경태 강성훈 등을 제외하고는 군복무를 피할 수 없다. 김대섭은 복무중이고, 배상문 김비오 김대현 등은 입대해야 한다.

그는 이번 대회 초반 선두권에 머무르다가 3라운드에서 단독 1위로 치고올라간 후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고 1타차의 짜릿한 우승감격을 맛봤다. “선두 다툼이 치열해서 마지막 홀 버디퍼트를 성공하고 나서야 우승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저를 기억해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7월 세가새미컵 3,4라운드에서 경태 형과 동반플레이를 펼쳤는데 경태 형의 게임 매니지먼트를 보고 경기에 대한 감(感)을 잡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4년여만에 우승컵 하나를 보탠 그는 이번주 ANA오픈이 열리는 홋카이도로 가 시즌 2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시즌 JGTO는 11개 대회가 남았습니다. 그 가운데 1승을 더 해 올해 2승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경태 형처럼 JGTO 상금왕이 돼서 월드골프챔피언십이나 메이저대회같은 큰 대회 출전경험을 쌓고 종내에는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장기목표입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지면 당장이라도 미국 무대를 노크할 계획이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자면 3∼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특히 JGTO에서 그에게 예외적인 ‘특혜’(제대후 시드 부여)를 주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좀 더 활약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의 우승은 올시즌 한국선수들이 JGTO에서 거둔 여섯 번째 쾌거다. 한 시즌 6승은 역대 최다승이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이번 우승을 ‘한국선수의 우승’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이동환은 JGTO에 잘 적응하고 동화됐다는 얘기다. 일본 팬들도 그를 발음이 비슷한 ‘돈 후앙’(바람둥이)이라고 코믹하게 부른다. 그도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지 않다.

이동환이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3395만엔(약 4억7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일부(3000만∼5000만원)를 그가 복무했던 공군에 기부할 계획이다. ‘미래의 보라매’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제가 비록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지라도 이번 우승을 계기로 지켜봐 주십시오. 기회가 되면 국내 대회에도 나갈 겁니다. 제 사례가 일본·미국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일본골프투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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