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는 12일 “취업 준비생 시절에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취직 이후에는 직장일이 바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지난주 이미 선산 성묘와 벌초를 끝내고 함께 여행을 왔는데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데 모이는 명절 연휴가 가족이나 친구, 연인 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25.9%가 ‘추석 말고는 마땅히 갈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고 ‘원래 추석에 고향을 잘 방문하지 않아서’ 20.7%, ‘추석 보너스를 받아서’ 17.2%, ‘효도여행을 시켜 드리려고’ 15.5%로 나타났다.
서씨뿐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가족과 여행을 떠난다는 글이 여럿 눈에 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지난 설 연휴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가족끼리 국외 여행을 갔다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고생하느니 추석 후 고향을 방문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내년에는 부모님과 장인·장모를 모시고 설과 추석에 각각 외국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이 누리꾼은 덧붙였다.
미혼이거나 이혼 경력이 있는 남녀들도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자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 여행 동호회 등에서는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최근 이혼한 40대 초반 A씨와 30대 중후반 연령대의 미혼 남성과 여성 6명은 10일부터 지리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연휴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대형 배낭에 텐트까지 넣고 다니면서 직접 요리도 하며 초가을 산행을 즐기고 있다.
이 산행에 함께한 여성회원 김모(35)씨는 “부모님한테 구박을 좀 받기는 하지만 연휴는 산을 오래 돌아다닐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모임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명절의 전통적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친지와 만남의 형태만 달리하는 것일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직장인 허모(33)씨는 “명절의 의미가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 정을 나누는 데 있다면 이런 현상은 바쁜 직장인들이 일정을 조정하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노동강도가 높고 쉬는 날도 얼마 안 돼 직장인이 명절 연휴 아니면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날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