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날 유럽증시는 독일 헌재의 판결이 호재로 작용,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일 대비 3.09% 급등, 3주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 FTSE100지수는 3.14% 올랐고 독일 DAX30지수는 4.07% 뛰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3.63% 상승했다.
앞서 그리스는 전날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적자 감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으며, 프랑스도 이날 세제 혜택을 대폭 줄여 120억 유로의 재정을 더 절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날 이탈리아 상원이 정부의 긴축안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독일 헌재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구제금융 참여를 합헌으로 판결했지만 여전히 유로존은 부채위기 해결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감안,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헌재는 이날 그리스 등 유로존 구제 금융에 독일이 참여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구제 금융을 무조건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정부가 의회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또 정부가 구제금융 문제를 다루는 데 의회가 조건을 달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이와 함께 유로존 채무를 다루기 위해 공동 출자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해 유로채권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헌재의 판결이 유로존 부채 위기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기는 했지만 유로화는 ECB의 결정을 앞두고 여전히 취약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독일 헌재 판결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절반의 승리'만 안겨준 것으로 시장이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붕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일시적으로 미뤘다는 평가다.
오메르 에시너 커먼웰스포린익스체인지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독일 헌재의 판결은 "요며칠간 얻은 장부상의 이익에 대한 변명일 뿐이며 전망을 완전히 바꿔놓지는 않을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ECB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유로존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통화 수요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따라서 시장의 초점은 이제 유로존 부채 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5달이 지난 현재, 통화정책 방향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ECB의 결정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ECB의 통화정책이 앞으로 부양 쪽으로 다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부적으로 부채위기에 시달리는 남유럽과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이 치솟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국채 매입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준야 태너시 JP모건체이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유럽 국채 매입에 대해 조심스런 발언을 하는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다시 상승하면서 투자심리는 다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