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TX 등 인수희망기업 측은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이 한 달 정도 늦춰지는 것은 괜찮지만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경우 곤란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가 더 이상 미뤄질 경우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선행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회사 경쟁력 약화가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곧 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와 인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피대상 기업인 만큼 공식 언급은 어려운 상태지만 이는 당사자인 하이닉스반도체에는 더욱 절실하다.
하이닉스 채권단 측은 앞선 4일 채권은행 사이에서 하이닉스 지분 매각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입찰 일정을 내달 중순으로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측은 STX 측이 2일 종료 예정인 실사를 1주 연기 요청한 것도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그보다는 신ㆍ구주(舊株) 매각 비율 등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지난달 폭락장의 주가 하락 등 외부 요인이 매각 연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신ㆍ구주 비율 문제는 최대 화두다. 채권단은 당초 인수 조건 가이드라인으로 ‘채권단 지분 15% 중 7.5% 및 전체 발행 주식 10% 이내 신주’만을 제시했으나 ‘흥행’이 예상되자 채권단에 이익이 더 큰 구주 매각 비중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자 SK텔레콤은 “입찰을 철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지난달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사퇴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유 사장의 후임인 진영욱 사장은 이달 2일 취임식에서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익보다는 빠른 매각에 무게에 초점을 둔 발언을 했다. 공사와는 달리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대부분 채권단은 이익보다는 매각 성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 관계자 역시 “이번 매각이 마지막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인수 진행에 있어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가는 매각공고가 났던 6월21일 2만5900원에서 5일 1만7550원으로 32.2%로 떨어졌다. 채권단의 매각 조건 합의가 늦어지는 게 주가 회복에 따른 보유지분 가치 상승 시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매각 작업이 계속 늦춰지는 가운데 반도체 가격 폭락에 따른 하이닉스의 가치 하락이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SK텔레콤이나 STX의 인수 의지가 약화될 우려도 있다. 증권업계도 두 회사의 4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하이닉스 인수’가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 이희범 STX중공업 및 STX건설 회장 및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31일 나란히 공석에서 “하이닉스는 인수 의지에 변함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