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TV 업체들이 자존심을 건 무안경 3D TV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는 독일 베를린에서 2~7일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1’에 안경 없이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55인치 TV를 처음으로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SG 방식과 FPR 방식의 선두주자로 기술 표준화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가 안경을 아예 쓰지 않고도 맨눈으로 3D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제품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면서 연말에 공식 출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시바는 이 제품을 8천유로(한화 1천200만원) 안팎에 판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선보인 55인치 무안경 3D 제품은 작년 IFA 전시회 때 이 업체가 내놨던 ‘3뷰’(3view, 세 곳의 정해진 지점에서만 3D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보다 개선된, 아홉 곳의 지점에서 봐도 3D 구현이 가능한 ‘9뷰’ 제품이다.
‘1뷰’는 50㎝로 ‘3뷰’는 TV를 중심으로 1.5m 시야각에서만 3D 영상이 보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전혀 3D TV로서의 의미가 없지만, 이를 4.5m로 넓혔다는 것.
그러나 전시회에서 도시바의 55인치 무안경 제품을 접한 삼성·LG전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 제품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무안경 3D TV가 상용화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도시바의 방식은 화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고, 화면겹침(크로스토크)도 심한데다 값이 너무 비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업계의 기술 수준은 이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 방식의 기술적인 한계로, ‘1뷰’(50㎝)는 3D 영상이 잘 보이는 ‘스위트 스팟’(40㎝)과 영상 자체가 보이지 않는 ‘데드 존’(10㎝)으로 이뤄져 있어 시청자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몸을 돌려도 화면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휴대전화나 모니터 등 소화면 제품에서는 무안경 3D 기술이 적용된 제
품이 이미 상용화했지만, 대화면 제품은 이를 극복한 한 단계 높은 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국내 업계는 분석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기술은 이미 ‘16뷰’까지 와 있고 다른 방식도 꾸준하게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하기는 시기상조”라며 “고객의 지갑을 열려면 3D 완성도를 높이고 디스플레이 값도 내려야 하는 등의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가 올해 초 무안경 12인치 및 20인치 3D 제품을 출시했으나 고작 200대를 판매한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도시바가 지속적으로 무안경 제품을 강조하는 의도는 ‘무안경 3D=도시바’라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으로 국내 업계는 분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