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은의 변신이 보고 싶다

2011-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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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직의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김중수 총재의 마지막 발언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 총재는 이날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간부와 직원들이 며칠간 너무나 바빴다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날 한은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당초 추진했던 단독조사권은 얻지 못했지만 이제 한은은 마음만 먹으면 금융회사 조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권한이 커진만큼 한은의 부담도 커졌다.

한은의 본래 목적은 ‘물가 안정’이다. 여기에 ‘금융 안정’ 기능이 추가된 것인데, 과연 양쪽을 골고루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공교롭게도 개정안 통과 다음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로 3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근원 물가도 4%에 달했다. 이미 한은의 손아귀에서 물가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대외 불확실성과 이상 기후 등이 물가 불안의 핵심 요인이 되면서 금리 정책만 가지고 물가를 잡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를 올려야 할 때 동결하거나 뒤늦게 인상하는 등 한은의 태도는 시장의 컨센서스와 엇나갔고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정책에 발맞춰 후행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금융당국의 독점과 폐해를 줄이고 국내 금융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본래 설립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로 맡겨진 임무에 대한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부호다.

김 총재는 올 봄 금통위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너무 빠르게 달리다 넘어지지 않겠다, 천천히 뚜벅뚜벅 앞을 보고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지나친 신중함에 물가를 놓쳤다. 금융 안정까지 아울러야 하는 지금, 한은의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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