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목표 4% '좌초'…스태그플레이션 진입하나

2011-09-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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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박선미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물가목표 4% 달성이 좌초됐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8월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다만 무역수지 감소는 일시적인 것으로 조만간 회복세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정부, 물가목표치 수정하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5%대로 올라선 데는 채소류와 금반지의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지난달 태풍과 집중호우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고 금반지는 국제 금값이 상승하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9%(전월 대비) 가운데 채소류와 금반지가 기여한 비중은 0.65%포인트다.

이를 기여율로 환산하면 71.4%를 차지한다. 즉 전월 대비 상승률의 절반 이상을 채소류와 금반지가 견인했다는 뜻이다.

채소류는 계속된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 산지 출하 지연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월 대비 31.8%나 뛰었다.

금반지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제 금값 상승의 영향을 받아 전월 대비 11.9% 상승했다.

석유제품은 전년 동월비로는 15.2%, 전월비로는 0.8%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데 2~3주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가격상승세가 지속됐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비 4.0% 오르면서 2009년 4월 이후 28개월 만에 처음 4%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목표 4% 달성은 어렵게 됐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물가상승률은 4.5%. 연평균 4.0%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3.0%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9월 역시 이른 추석으로 물가상승 요인이 산재해 있어 3%대 기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부는 9월 물가전망을 3%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농산물 수급과 국제유가 변동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대 물가목표는 좌초될 것"이라며 "기상여건 악화로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농산물은 조만간 안정세로 접어들겠지만 서비스업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당국이 금리를 진작에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정부 측에서는 경기둔화 우려로 빨리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 연구원도 "정부가 애초 목표한 4% 물가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며 "만약 나온다 해도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지 체감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문제는 이처럼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경기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면서 '저성장-고물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계절적·일시적인 요인으로 급감하긴 했지만, 만약 수출증가세가 계속 둔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올 들어 처음으로 실질 GDP 성장률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1분기 각각 4.2%, 4.5%에 달했던 수치는 2분기 들어 각각 3.4% 4.2%를 기록, 성장률과 물가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신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른 상황이지만 각종 지표들이 잠재적인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좀 더 미시적인 데이터가 나와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확실히 경기는 둔화되고 있고 당분간 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수출의 경우 조만간 회복세를 시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수출은 이미 5월부터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흥시장 비중에서 크게 줄지 않고 있어 적자 우려는 없다는 설명이다.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고물가에 치여

아울러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어 '가계 신용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장률, 물가, 여신건전성 등 한국 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7월 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0.77%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09년 2월(0.89%) 이후 최고치다.

7월 집단대출 연체율은 1.72%로 전월 말보다 0.16%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1.31%)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다.

신 연구위원은 "서민들이 금리부담으로 추가대출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가계대출 연체율이 커지기 전에) 금리를 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환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며 "가계가 체감하는 수준은 지표보다 훨씬 심각하고 인플레 압박이 커서 내년 우리 경제가 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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