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은 제조업체 수는 많은 편이지만 개체수가 다양해 제품별로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LG화학이 독과점하고 있는 제품은 내수시장에서 가격문제로 중소 가공업체와 빈번한 마찰을 빚어왔다.
LG화학의 독과점 제품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원료인 LDPE와 LLDPE의 경우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삼성토탈, 호남석유화학 등에 생산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나마 다른 제품군에 비하면 제조업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독과점 형태는 두드러진다. 플라스틱업체 관계자는 “같은 LDPE라도 품질과 규격에 따라 사용 용도가 다르다”며 “규격별로 특정 대기업의 원료조달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PVC의 경우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단 두곳만이 생산하고 있고, ABS도 LG화학과 제일모직 등으로 제조업체가 한정돼 있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는 실제 가격담합 등의 병폐를 낳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LDPE와 LLDPE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LG화학은 담합사실을 부인하고 소송을 냈지만 작년 말 패소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07년에 불거졌던 폴리프로필렌(PP) 가격 담합에도 LG화학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이또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5월 역시 패소했다. 가장 최근에도 LG화학은 벽지가격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플라스틱업계서는 이 같은 가격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공급자가 아니라서 공급가격이 거의 같다”며 “암묵적인 협상이 있지 않겠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가격예시제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계자는 “LG화학이 중동산 저가 제품을 핑계로 스페셜티 제품을 개발한다면서 내수 물량을 줄이는데, 그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폭증하거나 제품이 단종돼 관련 중소업체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PVC도 마찬가지. 중소 PVC파이프 제조업체는 “PVC 제조업체가 두 곳뿐이라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며 “이 가운데 PVC가격이 계속 올라 파이프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달리 PVC 제조업체인 LG화학은 PVC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어 파이프업체와의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