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과거 우승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진리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지금의 유럽 축구는 돈이 없으면 우승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투자한 만큼 결실을 거두고 있는 맨체스터 두 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의 원정경기에서 5대1로 대승을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다.
이번 경기에서 이적생들의 확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시즌 영입된 실바를 필두로 4골을 기록한 제코, 이적과 동시에 도움 헤트트릭을 기록한 나스리, 팀 네 번째 골을 넣은 '신의 사위' 아게로까지 모두 맨시티가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다.
수비형 미들필더인 야야 투레와 가레스 베리도 각각 바르셀로나와 아스톤빌라로부터 데려왔다. 수비수인 레스콧, 사발레타, 가엘 클리쉬, 콤파니도 석유 재벌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면서 영입된 선수들이다. 주전급 선수 가운데 맨시티 출신은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도 이번시즌 5000만 파운드를 쓰며 애슐리 영, 데 헤아, 필 존스 등을 영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맨유는 29일 자정에 열린 올드 트레퍼드 홈경기에서 아스날을 8대2로 크게 이기며 3연승으로 맨시티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이번 시즌 2000만 파운드를 주고 영입한 애슐리 영이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날 격파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영은 이전 두 경기에서도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필 존스도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빠진 중앙 수비를 잘 메워주고 있다. 데 헤아는 시즌 초반 부침이 있었지만 점점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
반면 아스날은 투자의 인색한 구단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세스크와 나스리, 클리쉬마저 떠나며 그동안 간신히 유지했던 빅4자리마저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이다. 어린 선수들로 대체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로시치키, 아르샤빈, 반 페르시 등 우승을 위해 아스날로 이적한 선수들은 점점 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우승을 하지 못하는 팀에 남고자 하는 이는 없다. 세스크와 나스리가 이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승'이다.
벵거 감독도 꾸준히 자신의 철학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벵거 감독은 여전히 아름다운 축구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하는 축구가 절대로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최근 그도 언론을 통해 빅네임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조금 자세가 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시즌이 시작한 지금 대응이 조금 늦어 보인다.
◆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 바르샤 vs 레알 마드리드 '쩐의 전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돈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 역시 레알 못지 않게 많은 돈을 선수 영입에 쏟아 붙고 있다. 분명 다른 팀에 비해 '칸테라(유소년팀)' 출신들이 많지만 매년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바르샤는 2007~2008 시즌 앙리를 영입해 판타스틱 4를 구축하고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이에 바르샤는 팀 재건을 천명하고 선수영입에 약 8900만유로를 썼다. 이 당시 영입한 것이 다니 알베스(3000만유로ㆍ세비아), 지금은 버밍엄으로 떠난 흘렙(1500만유로ㆍ아스날), 케이타(1400만유로ㆍ세비아) 등이다. 결국 그 시즌 마드리드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샤는 이듬해에도 8800만유로를 썼다. 즐라타 이브라모비치를 영입하는데 4350만유로와 에투를 인터밀란에 넘겨줬다. 당시 호날두의 이적료인 8000만유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액수다. 같은해 치그린스키에도 2500만유로를 지불했다.
2010년에도 비야(4000만유로ㆍ발렌시아). 마스체라노(2200만유로ㆍ리버풀) 등에게 7000만유로 넘게 돈을 썼고, 이번 시즌에도 세스크(4000만유로ㆍ아스날)과 알렉시스 산체스(3750만유로ㆍ우디네세)를 영입했다.
바르샤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리그 3연패와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포함해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돈이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바르샤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도 '갈락티코 2기'를 구성하며 천문학 적인 돈을 썼다. 호날두와 카카를 영입하는 데만 1억유로 넘게를 투자했다. 이어 외질, 케디라, 벤제마, 사비 알론소, 디 마리아 등에 수천억유로를 썼다.
세리에도 지난 시즌 AC밀란 우승에는 즐라탄, 호비뉴, 카사노 등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