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중퇴하기는 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미국 리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잡스는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분야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SW) 개발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상상력, 창의력 같은 인문학 소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SW 개발인력을 확보하라고 긴급 지시한 바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한국이 SW 강국이 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IT산업이 기존 하드웨어(HW) 중심에서 SW 쪽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대표 IT기업이 글로벌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냉혹한 비관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별 기업이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런 시점에서 지식경제부가 올 하반기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모바일과 웹 기반의 개방형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정부의 계획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전방위적인 특허분쟁 등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IT산업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분명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만큼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고질적인 SW 홀대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정책이 SW를 제조업 중 부품산업 정도로만 이해해 왔다는 얘기다.
실제 IT 투자 예산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조차 HW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집행했다.
이러다 보니 SW에 대한 투자는 전체 IT 투자 예산 중 20% 정도(2000억원)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해 SW 예산이 10억원에도 못 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김현종 연구위원은 "SW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잇단 인수·합병(M&A) 바람으로 한국 SW산업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기회로 활용해 우리나라 SW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