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도넘은 증권공기업 방만

2011-08-22 13:12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증권 공기업에 출입하면서 방만 경영에 대한 기사를 썼다가 대학 선배로부터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선배는 증권 공기업 직원이 지나치게 많은 급여나 복지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되레 다른 업종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선배 앞에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 같았다.

대표적인 증권 공기업인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직원은 1인 평균 1억원을 넘나드는 연봉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웬만한 대기업 근로자가 받는 1인 평균 연봉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을 보면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거래소와 예탁원은 2011년 전체 직원 급여액을 각각 전년대비 4.77%와 6.43%씩 올렸다. 반면 국내 전체 근로자가 같은 기간 받은 실질임금은 되레 4.08% 줄어들었다. 선배 말처럼 증권 공기업 수준에 전체 근로자 임금을 맞추려면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도 시원찮은데 상황은 반대다.

증권 공기업은 해마다 감사원이나 국회 감사를 받으면서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예탁원은 총급여를 늘렸을 뿐 아니라 비급여성 복리후생비 가운데 기념품비 계정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기념품은 명절이나 체육대회 때 임직원 선물로 지급됐다.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분류만 안 됐을 뿐 간접적으로 급여를 늘린 것이다.

증권 공기업은 지난해 임직원에 보육수당, 경로효친비 심지어 자가운전비까지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지원했다. 일반기업 가운데 보육수당, 경로효친비, 자가운전비를 별도로 지급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 공기업은 비급여성 복리후생비까지 늘리고 있다. 일반 근로자가 처한 고용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크다. 이를 '특혜'가 아닌 언젠가 좁혀야 할 '차이'로만 여길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