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세훈 시장의 교묘한 말바꾸기

2011-08-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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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바야흐로 수난시대를 맞았다.

폭우로 인한 수해가 나자 '물의 신, 오세이돈'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최근 그가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인터넷상에는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도 반장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등 그를 비꼬는 각종 패러디가 넘쳐났다.

지난주 오 시장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TV토론 직후엔 '말만 뻔지르르하게 잘한다', '특유의 표정관리와 연기력이 꼴 보기 싫다'는 평가가 난무했다.

오 시장은 어쩌다 미운털이 톡톡히 박힌 걸까? 이 같은 결과에는 오 시장의 말바꾸기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대선과 관련해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는 부분에서 그가 대선에 대한 꿈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TV토론에서는 '대선에 대해 원래 욕심이 없었으나 정치공세가 심해 나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닌 같은 날 교묘하게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오 시장은 과거에도 뉴타운 정책에 대한 말바꾸기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저소득층 위주의 무상급식을 하고, 중상층 이상에게 무상급식할 예산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큰 복지 혜택을 주자"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지당한 말이다.

그러나 오 시장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그가 수천억원씩 들인 각종 전시행정 비용이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뒤집어 엎히고 또 깔리는 시청 앞 잔디 비용, 폭우로 뻘밭이 된 세빛둥둥섬 등의 예산을 아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배를 곯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포퓰리즘엔 '복지 포퓰리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곳에 치적을 쌓으려는 '디자인 포퓰리즘'도 있다.

오 시장은 복지포퓰리즘 탓하기 이전에 '디자인', '관광' 등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썼는지부터 헤아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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