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개혁군주 정조와 ‘파괴의 논리’

2011-08-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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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찬흥 부국장 겸 산업부 부장) 조선 개혁의 상징, 정조대왕이 250여년 지난 지금 서점가에서 부활했다.
정조 후반 이십년 가까이 성균관 유생이었던 ‘윤기’가 220편의 시를 집필해 엮은 반중잡영(泮中雜詠).
당시 유생들의 고뇌와 이상을 리얼하게 터치한 ‘태학지(太學志)’ 등 정조의 숨결이 다시금 살아났다.
사람들은 그의 시련에 얼굴을 찡그리고 그의 적들에게 분노하며 그에게 닥친 죽음에 가슴 아파한다. 규장각을 설치하고 붕당정치를 비판해 탕평책을 실시한 혁신적인 개혁군주 정조.
그러면 사람들은 왜 정조에 환호하는 것일까. 그의 개혁은 오늘날의 화두가 되고 있다.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기존 틀을 과감히 혁파한 개혁의 불꽃은 이 시대까지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 고정틀을 바꾸려는 ‘파괴의 논리’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 만큼 정조의 개혁정신은 지금까지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경제 현장에서 정조가 시도한 ‘파괴의 논리’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기존 제품과 기술을 파괴하고 새롭게 태동한 신제품·신기술은 기업의 내일을 바꾸고 최고경영자(CEO)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 논리는 위기의 기업을 구하는 생명줄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파괴적 혁신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의 ‘파괴적 혁신’ 중요성을 갈파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강연 투어’에 나선 크리스텐슨 교수는 위기에 봉착한 한국기업의 비상구를 ‘파괴적 혁신’에서 찾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이 학설은 결국 조선조 정조의 개혁정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얼마전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국내 휴대폰 업계의 희망을 꽃피운 작은 사건 하나가 있었다. 불과 30달러짜리 휴대폰이 한 중소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
이 사건은 그야말로 휴대폰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 제품을 생산한 케드콤은 유럽식(GSM) 이동전화 전문업체다. 한때 중국 수출이 많았지만 중국 저가제품 공세로 위기를 맞은 케드콤은 적자 늪에 빠지면서 파괴적 혁신에 나섰다. 이 회사는 ‘어떻게 해야 기존 가격을 파괴하는 제품을 개발할까’라는 장고 끝에 30달러짜리 휴대폰을 생산하게 됐다. 일반 기업의 고정관념을 깨는 휴대폰을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파괴의 논리’에 있었다. 비록 이 제품은 스마트폰 등 고가 핸드폰과는 경쟁대열에 낄 수 없지만,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월등했다. 그 때문에 중남미,아프리카 등에서는 인기상품에 올랐다.

적자 늪에 빠져 벼랑으로 몰렸던 한 중소기업이 파괴적 혁신경영을 통해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온 케이스다.

벼룩은 뚜껑 없는 투명 플라스틱 통에 들어가면 백이면 백 튀어 나온다. 하지만 통 위에 투명유리를 덮어 놓으면 벼룩은 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잠시 후 투명 덮개를 치워도 벼룩은 통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는 기업이든 CEO든 누구나 고정관념에 한번 빠지면 벼룩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최근 중소기업 시장에서 히트한 제품을 살펴보면 색상이든 기능이든 기존 관념을 파괴해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밥솥 색깔의 금기를 깬 ‘블랙 밥솥’. 그동안 밥솥시장에서 ‘블랙 제품’은 볼 수 없었다. 검은색이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 중소 가전사는 이러한 고정 관념을 파괴시켰다. 검은색 밥솥을 출시하면서 기존시장을 바꿔놓았다. 블랙 밥솥을 내놓은 결과 의외로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고 매출도 껑충 뛰었다.

요즘과 같은 혁명시대에는 파괴적 혁신이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20세기 산업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과거 경영원칙들은 파괴적 혁신을 가로막는 구태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파괴의 시대’다. 이제 250여년 전 정조의 개혁정신처럼 우리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는 사고 전환을 해야할 때다. 미국의 신용등급 여파로 세계시장이 출렁일 때 기업들이 더욱 각인시켜야 할 정신은 바로 혁신의 사고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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