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총괄뉴스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내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실물 경기가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은 자칫하면 신용경색을 초래할 뿐 아니라 투자ㆍ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등 실물경제에 다양한 경로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4% 달성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4% 성장, 확신할 수 없다"
미국의 경기 둔화 전망은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재정 지출을 감축하기로 한 미국으로서는 3차 양적완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성장 회복세는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내 수출 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4%에 이를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는데 하반기에는 그 영향이 사라질 것이다. 올해 성장률을 4.1%로 전망했으나 상황이 악화되고 장기화한다면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내수 수요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수출 수요까지 약화되면 경제 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3분기와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3%, 3.6%로 예상했으며, 올해 연간으로는 3.5%를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한국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원유 수입국(GDP 대비 6.3%) 중 하나인 만큼 글로벌 경제와 신용시장, 원자재 가격 변화 등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4%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판단에서다.
신한금융투자와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올해 4.3%의 성장을 예상했다. NH투자증권도 4% 초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석하 거시동향연구팀장은 "실물 지표보다 금융 지표가 더 충격을 받는 양상이다. 미국 고용 지표도 괜찮게 나온만큼 이번 쇼크로 실물 경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신용경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각국의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대출자금을 회수했고 이는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자금이 산업분야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고 이는 부도와 감원 등을 초래했다.
이명활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금융회사, 특히 은행 대출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독일, 프랑스 같은 중심국 은행들도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신용 경색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신용 경색 전망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신용 경색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면 실물 경기 회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외화 차입이 어려워지거나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더블딥 우려가 시장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일 뿐, 금융시스템 위험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외화유동성 개선됐으나 우려감은 여전
국내 외화 유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개선됐다는 것이 국내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에 외화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으므로 은행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자금이 한꺼번에 많이 빠져나갈 상황도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의 이명활 연구위원은 "미국 재정문제와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하면서 글로벌 자금 이동(이탈)을 통해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이 빌린 유럽자금의 규모는 비교적 큰 편이다. 따라서 유럽 은행이 해외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은행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내놓은 '아시아 신용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8개 국가 중에서 대외 부채상환능력 비율과 예대율(LDR)에서 꼴찌였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비중은 30% 가량으로, 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가장 높은 편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