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주요 7개국(G7)이 이날 일본 도쿄증시 개장 전에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허사였다.
세계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아시아 증시 주요 지수를 2~4% 끌어내렸고, 안전자산 수요에 힘입어 금값과 달러 대비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2.18% 내린 9097.56을 기록했다.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는 3.82%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79% 급락한 2526.82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2.17% 추락했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 선물도 하락했다. 도쿄증시에서 거래된 나스닥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피터 피셔 블랙록 채권 부문 책임자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며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에 이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리스크로 간주하면서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호주와 인도,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가 이날 한때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했다며 투자자들은 이를 약세장의 전조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대규모 투매가 이뤄진 데 따른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이날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700달러를 돌파했다. 금값은 지난 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과 함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멈추고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이날 다시 급등세에 시동을 걸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향후 3·6·12개월 금값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1565달러, 1635달러, 1730달러에서 1645달러, 1730달러, 1860달러로 각각 높여 잡았다.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스위스프랑화값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한때 사상 최저치인 74.85상팀(1상팀은 0.01프랑)까지 곤두박질쳤다. 미 국채도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모으며 10년물 수익률이 2.53%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예고됐던 사안인 데다 국제사회가 즉각 공조해 대응키로 한 만큼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간의 상승폭이 컸던 만큼 일정 기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