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국내증시에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P는 지난 5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국가별 신용등급이 공표되기 시작한 1941년 이래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국내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 전망되는 가운데 증시전문가들은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대신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영국, 브라질 등 미 국채보유국은 미 국채를 신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 채권시장이 안정을 유지하면 증시가 받는 충격도 단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오 팀장은 "충격정도는 미 주식시장은 10% 가량, 코스피 5% 추가 하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2008년 금융위기와 작년 유럽 재정위기보다는 안정된 위험 지표와 주가수익비율(PER) 저점의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코스피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1850선 전후에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해 미 단기 자금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지 않고, 미 고용지표 개선과 함께 중국 7월 물가 상승률이 완화된다면 세계 경제가 더블딥 우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증시가 상승 반전할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매수 시점이었다고 회자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이날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증시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유럽발 신용 위험과 미국 더블딥 우려감으로인해 이미 극도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팀장은 "하지만 코스피 현 지수대는 더블딥 또는 리세션(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지수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은 올 경제성장률이 ‘제로(0)’이거나 그 이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경우 예상보다 빠른 주가 반전과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충격이 이번 주 초반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남은 악재마저 시장에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역발상 차원에 접근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 8.8배 수준인 코스피 1950선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한양증권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동락 연구원은 "미 국채나 달러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AAA' 등급의 국가채권 가운데 미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 상황에서 미 국채비중 축소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듯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미 국채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우방국들의 입장표명이 잇따르고 있다"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인제공을 한 미국의 국채와 달러가 강세를 보였던 아이러니한 현상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나치게 비관하기보다는 기회를 모색하는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