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이 미국 신용등급을 결국 한 단계 강등했지만 지난 5일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 증시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하는 유로존 재정위기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가운데 중국이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지 여부도 관심사다.
◇S&P 美신용등급 ‘AAA’→‘AA’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미국의 부채상한 증액 타결안이 재정적자를 줄이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탓에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정부 부담이 커지게 돼 미국 경제엔 악재로 작용한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심리 역시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 이 탓에 당장 내주 월요일이 ‘블랙 먼데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또다시 중요한 트리거(방아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해 부담이지만 더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ㆍ달러 환율도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당장 이번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물가 불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쪽이 우세했지만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동결 쪽으로 무게의 추가 움직이고 있다.
◇美 고용지표 개선…영향력 어디까지
미국 7월 고용지표 수치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점은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7월 중 미국 신규 고용창출치가 11만7000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간 시장 예상치인 8만5000개를 넘어선 것이다.
7월 실업률도 9.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충족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투자심리도 살아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S&P와 달리, 무디스나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S&P의 결정이 시장에 미칠 충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도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P의 경고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이번 결정의 파급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복병은 스페인ㆍ이태리 재정위기
복병은 유로존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미국 경기 둔화 못지 않은 수준으로 번지게 된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유롭의 경우 각국이 서로 짐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인 탓에 전망이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유로존 3~4위를 차지하는 만큼 그리스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 탓에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피그스’(PIIGS) 국가들의 주가는 20% 이상 빠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블딥 근원지는 미국보다 오히려 유럽이 아닌가 싶다”며 “유럽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남유럽 국가들을 돕기 위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8일부터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 봉합 수순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유럽도 안정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벗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불 붙은 세계 경제 ‘소방차’는 중국?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과 유럽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추가로 사들이면 그나마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자국의 경기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0.7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시장 예상치인 50.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건강도를 나타내는 제조업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음을 의미하며 50 이하로 떨어지면 경기가 수축 국면임을 나타낸다.
물가 잡기를 최대 경제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정책적 변화를 보인다면 세계 경제도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다.
박연채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기대가 무척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