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로 군 복무시절 조종사 생활 했던 김모씨(42)는 최근 국내 항공사에 입사지원을 했다 또 다시 탈락 했다. 이번이 벌써 3번째이다. 김씨는 2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어 항공사 입사 자격에 문제가 없지만 지난 1년간 번번히 탈락했다.
김씨에 따르면 “면접 보면서 어느 부대에 근무했느냐? 누구를 아느냐? 그 사람과 친분이 있느냐 등을 묻고 10분만에 면접이 끝났다” 며 “ 심지어 어느 항공사는 금품을 요구해 이를 거절하니 탈락 했다”고 밝혔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군에서 조종사로 전역하거나 외국에서 조종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고 국내 항공사에 취업을 위해 준비중인 사람은 모두 5천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약 40%는 공군 2사관 , R.O.TC 또는 학사장교, 부사관 등 군 전역자로 현역시절 비행경험과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베테랑 조종사들이다.
특히 군대에서 헬리콥터 혹은 정찰기 그리고 해군 PC-3초계기 등을 조종하거나 또는 공군 출신중에 복좌(2인승 전투기)에 탑승해 평균 5천 시간 이상 비행시간을 갖고 있는 베테랑 조종사 등만 무려 2백여명이다.
하지만 이들 퇴역 군 출신들이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이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의 군맥과 학맥 그리고 지역 연고 등이 우선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 채용과정 중에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우선한다. 그리고 공군, 공군 2사관 출신이 우선 취업 대상 이며 그 다음이 육군. 해군 등이 취업이 된다.
그 이외에 해외 등에서 수천만원의 자비를 내고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이들이 취업 대상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최근 국내 A항공사에 지원했던 조종사들 가운데 3명이 입사 전형에서 탈락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국내 B항공사에 지원해서 모두 합격하고 현재 비행 중에 있다.
무엇보다 조종사 채용을 담당하는 임원이 특정 군 출신 인맥을 중심으로 인사 및 채용기준을 임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항공사 인사 관계자에게 문의 결과 “ 인사 결정권이 해당 부서의 임원에게 있기 때문에 인사 부서 조차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다” 며 “ 해당 임원이 추천하는 사람에게 합격 여부 통보만 할뿐이다”고 말했다.
사정은 이뿐 만이 아니다, 채용이 유력한 조종사의 신상을 빼내 취업을 미끼로 은밀히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이럴 경우 평균 오가는 뒷돈은 5000~2억 사이 이며 취업을 원하는 조종사가 뒷돈을 주지 않으면 당연히 불합격 처리된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조종사 면허를 갖고 항공사에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에 까지 이르는 경우는 전체 지원자 가운데 50%에 불과하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조종사 채용 비리의 백태는 그 수위를 넘었다” 며 “ 특정 임원의 운전기사가 해외에 나가 1년 만에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고 해당 항공사 부조종사로 취업을 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 일부 항공사의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 며 “ 이를 막을 길도 검증할 길도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민간항공사의 조종사 채용에는 자격증을 소유한 기득권층과 그들만의 주관적인 채용 기준이 엄격히 존재하고 있다.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 채용을 위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잣대가 없어, 인사 채용에 구조적인 비리가 만연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에 취업을 원하는 국내 5000여명의 조종사 재수생들의 취업의 길은 험난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