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면했는데…제조업 '풀썩'

2011-08-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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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성장둔화 가속화 우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이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를 모면했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국 제조업 경기에 제일 먼저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지난달 제조업 관련 지표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문제는 반등의 실마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물가상승 압력 탓에 긴축을 더 강화할 기세이고, 미국도 부채협상 합의안대로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감축을 단행해야 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성장엔진 제조업 경기 '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역설하며 제조업 살리기에 본격 뛰어들었다. 제조업은 지난해 미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5.8%로 늘리며 경제회복을 주도했다. 최근 감지되고 있는 경기 둔화 움직임을 반전시키는 데는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제격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그래서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구매관리지수(PMI)는 더 충격적이었다. 지수는 2년래 최저치인 50.9로 전월에 비해 4.4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이 디폴트를 모면했다는 희소식에도 유럽과 미국 증시는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일본 대지진 여파 등 일시적인 요인이 악재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시장에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이들은 특히 신규 주문과 고용 부문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주목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 제조업 경기의 반등 조짐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데일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의 경기 둔화 움직임은 회복기의 일시적인 침체인 소프트패치보다는 장기적인 침체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조짐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 두루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중국의 공식 PMI는 0.2포인트 오른 50.7에 불과했고, HSBC가 낸 PMI는 49.3으로 올 들어 처음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밖에 일본은 52.1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올랐지만, 대지진 피해가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오름폭은 아니다. 인도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7월 PMI는 각각 53.6, 50.4로 한 달 새 1.7포인트씩 빠졌다.

◇美 재정감축·中 긴축 강화 경기 압박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가 한창인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를 휩쓸고 긴축 바람이 경기 둔화세를 더 자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조 달러를 시중에 쏟아내며 경기를 띄워올린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당장 부채협상 합의안대로 향후 10년간 지출을 2조4000억 달러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CNBC는 이날 재정감축과 이에 따른 세제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보기술(IT), 건설, 방위산업, 헬스케어 등 정부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전 업종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실제로 이미 미국 기업가에서는 수만명 규모의 감원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게 경제 회복을 주도해온 중국에서도 긴축 강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일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금리, 환율, 공개시장조작, 지급준비율 등 모든 도구를 사용해 긴축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8월 10일 전후로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 둔화세와 맞물린 신흥국의 긴축기조가 제조업 경기를 악화시키며 이 지역의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가중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예의주시할 것인 만큼 긴축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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