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IFRS 정착 당국·업계 아쉬워

2011-08-02 13:03
  • 글자크기 설정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된 이후 벌써 두 분기째 실적 시즌을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실적은 투자판단에 있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주식시장에서 기업실적이 투자판단에 별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는 IFRS 도입 이후 발표되고 있는 기업실적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IFRS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시장의 준비미흡도 한몫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IFRS 도입 이후 시장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시계열 데이터의 단절에 따른 시계열 분석의 어려움과 함께 기업간 비교분석 등 실적분석의 유효성이 한국기업회계기준(K-GAAP)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IFRS 도입 이후 실적분석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IFRS에서는 재무제표의 형식과 항목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 아닌 한 다양한 회계처리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FRS하에서는 주요 재무제표에 대해 최소한의 계정과목 기재와 원칙적인 회계처리의 방법을 제시할 뿐, 많은 부분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대신 재무제표에 표시하지 않은 세부항목을 포함해, 각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근거, 전제된 가정, 민감도분석 등을 주석사항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물론 주석내용이 풍부해진 만큼 주석사항을 잘 살펴보면 K-GAAP 기준에서 보다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풍부한 주석정보에도 불구하고 K-GAAP 기준으로 발표했던 과거 실적 혹은 K-GAAP 기준으로 전망했던 기존 전망치 대비 IFRS 기준으로 발표된 최근 실적간 비교 및 타사와의 실적비교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IFRS 도입 이후 구조와 형식·구성항목 표시 등이 통일되지 않은 재무제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과정에서 분류판단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방대한 재무정보가 정형화되지 않은 주석사항을 DB화하는 과정에서 분류상 다른 해석을 하거나 판단오류가 개입될 소지도 커졌기 때문에 재무DB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도 실적분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중 하나이다. IFRS에서는 영업이익에 대한 별도 정의가 없어, 회사가 발표하는 영업이익은 회사마다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아 실적분석·가치평가에 있어 영업이익의 유용성이 낮아졌다.

또 IFRS 기준에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 됨에 따라 연결범위가 중요해졌는데 IFRS 하에서 연결범위에 대한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IFRS에서는 연결대상을 지분율 50% 초과·실질지배력으로 정의하고 있어 실질지배력 기준 적용에 있어 업체별로 자의적인 판단이 반영된 사례가 많았다.

올해부터 IFRS를 전면 도입했지만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연결기준 분반기 보고서 공시를 2013년까지 2년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은 지분법평가를 반영하지 않은(주석에 공시)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분반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어 실적분석·가치평가의 유용성이 한계가 있다.

단독재무제표에서 당연시 되던 각종 재무비율과 투자지표를 연결재무제표에서 그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IFRS가 전면도입으로 기업은 IFRS 기준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K-GAAP 기준으로 실적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시장·업종 실적 합계와 전망치에 대한 컨센서스 데이터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어, 시장 전체에 대한 실적 및 밸류에이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이상과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신뢰성 있는 재무DB 구축을 위해 IFRS로 발표된 재무제표의 DB화와 관련하여 재무데이터제공업체, 재무데이터 이용자, 금융감독당국 등 업계 공동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방대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주석내용의 신뢰성 있고 표준화된 DB화를 위해서는 업계 공동협조가 더욱 절실하다. IFRS 연결·별도 재무제표에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재무비율·투자지표 산식에 대한 업계공동 연구도 필요하다.

IFRS 도입 후 최소한 연간 결산실적이 발표되고, 신뢰성 있는 표준화된 재무DB가 구축, 시장참여자 실적분석·전망 IFRS 기준으로 통일, 각종 산식에 대한 업계 표준안이 정립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시장참여자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