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감축과 관련한 백악관과 공화당의 이견도 상당해 월가에서는 아직 경계를 풀 때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은 이날 협상 타결에 따른 기대감이 안도 랠리를 부추기겠지만, 안전자산에서 손을 털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31일(현지시간) 미국의 부채협상 과정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안전자산 5가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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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파란색)-금값 등락률(출처 WSJ) |
금값은 유럽 재정위기로 지난해 달러화에 대해 33% 급등한 데 이어 지난 28일 미 하원이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제안한 '2단계안'에 대한 표결을 미루자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63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협상 타결로 금시장이 다소 안정돼도 금값 랠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채한도 증액은 곧 재정적자를 늘리는 일인 만큼 달러화 가치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트리플A' 국채
국제 신평사들은 미국의 '트리플A' 신용등급을 강등 검토 대상인 부정적 관찰 대상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이들은 부채한도가 늘어나도 재정감축 폭이 4조 달러에 이르지 않으면,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투자자들은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트리플A 등급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포춘은 S&P가 트리플A로 분류한 19개국 가운데 영국의 건지섬, 독일,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이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포춘은 유동성이 11조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에 견줄 트리플A 등급 자산(채권)은 없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를 제외한 18개 트리플A 등급 국채의 유동성 규모는 7조 달러에 불과하다.
◇'트리플A' 회사채
엑손모빌, 마이크로소프트(MS), 존슨앤드존슨(J&J) 등 최고 등급 회사채도 미 국채 매도세가 본격화하면 두드러진 투자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함께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비금융 기업들의 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톰 머피 컬럼비아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분기 금융권을 제외한 S&P500 기업들의 순익 증가율은 20%에 달했다"며 "지금 투자하기 딱 좋은 곳이 이들 기업의 회사채"라고 말했다.
◇스위스프랑화
최근 달러화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스위스프랑화도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달러 대비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지난 28일 미 하원이 베이너안에 대한 표결을 미루자 사상 최고치를 기록, 17년래 최장기 랠리를 펼쳤다. 지난해에는 유로화와 달러화에 대해 각각 24%, 12% 올랐다.
포춘은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스위스프랑화에 대한 대안 투자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채
미국의 부채협상 과정에서 월가는 미 국채 수익률 추이에 주목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는 미 국채의 가격 하락을 점치고 역베팅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 신평사들의 미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미 국채 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했다. 하지만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여전히 3%를 밑돌며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포춘은 1개월이나 3개월 만기의 단기 미 국채에 대해서는 일부 투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을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 국채의 뛰어난 유동성을 대신할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