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백명의 부상자를 낸 7.23 둥처(動車 시속 200~250㎞의 고속철)사고는 중국 철도의 자부심에 쉽게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냈다. 중국 고속철에 대해 국제 특허까지 신청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7.23 둥처사고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인민들의 대정부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당국이 생존자 구조노력을 쉽게 포기하고 사고원인을 은닉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민심 이반을 가중시키고 있다.
"어떻게 사고 발생 하루만에, 그것도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가 미처 시작도 안됐는데 사고차량을 땅속에 파묻을 생각을 할 수 있나." 철도 당국의 이런 황당한 조치에 대해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기관설비와 시스템, 생산과정, 운영에 대한 관리부실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구호와는 달리 인민 생명과 재산을 소홀히 여기는 정부 당국의 안전불감증 까지 함께 도마에 올랐다.
웬만하면 정부 비판을 자제하는 중국인들도 이번 만큼은 매섭게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이나 피해자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 지난 27일 현장에 들른 원자바오(溫家寶)중국 총리는 기자들과 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로부터 따가운 소리를 들어야했다.
관영 신화통신 기자까지 사고 현장의 원총리 인터뷰에서 사고 경위와 함께 사고 이후 당국의 안이하고 석연치 못한 대응에 대해 따져 물었다.
피해자들과 네티즌들은 정부가 국민생명과 안전을 너무 허술하게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정부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는 상황으로 치닫자 중국 당국은 강력한 보도통제 지침을 내놨다. 모든 신문방송과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 관영정보외에 사적인 취재나 의견을 달아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지시를 내린것.
'속도'에만 치중한 나머지 안전은 뒷전이고 대국민 서비스의식도 뒤떨어진다는 이른바 '중국병'도 이번 사고를 통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특히 7.23 사고이후 '빨리 빨리 (快! 快!)' 문화의 폐단을 경고하는데 목청을 높였다.
인민일보는 이번 참변을 계기로 중국 사회는 속도 지상주의를 전면 재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광산사고로 수십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아파트와 다리, 멀쩡한 도로가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나라 사랑이 지극한 네티즌들 까지도 마치 '사고 공화국'이 된 것 같다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있다.
중국에서 그동안 석탄 광산이나 건설현장, 교통운수 등 모든 생산활동의 최우선 가치는 '빠르게(속도)'였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속도만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원 총리도 사고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빠르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발전과정에 맞춰 속도와 품질, 안전 등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민일보는 한층 과격한 표현으로 속도 지상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중국은 여전히 발전을 필요로 한다. 단 피를 수반하는 GDP는 필요없다." 마치 이번 7.23 사고의 희생자들이 지하에서 중국의 속도주의를 규탄하는 소리로 들린다.
7.23사고는 지나친 중국의 속도 지상주의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게 분명하다. 이는 중국의 국민경제 운영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빠르게'가 지상과제였던 중국의 압축 성장가도에 일정한 속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어쨋든 7.23 동처사고는 8월 첫 한주에도 중국 뉴스의 핵심 테마가 될 것이다. 중국 당국이 사고원인에 대해 정확한 조사결과를 내놓을지, 또한 그 결과가 인민들의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시킬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중국 속도'에 이어 '중국 신뢰'가 시험대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