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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 뚜껑이 열린 멘홀을 디뎌 목숨을 잃었다는 사회면 기사가 떠올라 아찔했다. 자동차는 배처럼 물살을 가르며 지나다녔고, 물살은 곧 파도가 돼 우산을 들고 물속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문제는 수도권 전역에서 발생한 이같은 진풍경이 단 20~30여분만에 벌어졌단 것이다. 기록적인 폭우는 천재지변이라고 쳐도 배수의 문제는 서울시의 책임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늘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폭우로 서울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자 서울시는 지난 4월 320억원을 들여 광화문 지하공간에 지름 3.5m 이상, 길이 2km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폭우는 광화문 지역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나는 등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리 대비하지 않았던 것은 시의 책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안전 등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도심 미화나 호화 신청사건립, 서해뱃길 등 관광사업 등에 더 치중하며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서울시는 이번에도 비난여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권주자로 떠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폭우라는 복병을 만나 '오세이돈'이라는 새 별명을 얻고, '강남시장의 무상급수(水)'라는 비꼼을 받고 있다.
아울러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이 해마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서울시는 언론중재 제소 등을 거론하며 반박자료를 냈다.
그러나 예산 투입 여부를 떠나 서울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고, 홍보하려 애쓰고 있는 것은 확실히 시민들의 안전 보다는 '디자인 서울'인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수해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서울시 목표인 글로벌 톱5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본'을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