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민주당의 주장이 다 옳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 형국은 공화당 의원들의 막바지 벼랑끝 전술이 먹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둔 이들의 행보는 강경하기 그지 없다. 여기서 더 밀어 붙여야 버락 오바마의 인기를 끌어내려 단임 대통령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 또한 티파티에서 보듯이 공화당 의원들은 전국에서 강한 보수 바람을 타고 있다. 이들이 문제삼았던 것이 바로 미국의 장기 부채와 국가 지출.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은 티파티의 주장을 보는 듯하다.
이들은 당장 수조 달러의 지출을 줄이고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 혜택을 줄이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디폴트 위기로 망하고 있다. 설사 마지막에 디폴트를 막는다 해도 이미 미국의 위신과 신용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만에 하나 디폴트가 일어나면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릴 때는 천문학적인 이자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잠깐 디폴트했다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려줘 빛을 갚는다 해도 디폴트는 디폴트다. 개인도 한 달만 이자를 갚지 않으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을 낮추고, 나중에 채무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 빚을 낼 때 더 많은 금리를 물게 한다. 미국의 디폴트에 따라 더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은 향후 10년 동안 최소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부담은 결국 납세자 몫이다.
내부적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진다. 국가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 국민들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자동차 융자, 일반 신용 대출, 신용카드 이자 등 전반적인 금융 비용이 커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보장 혜택은 줄어든다. 공화당은 강경하게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라고 버티고 있고, 결국 오바마의 마지막 협상 플랜에는 이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 시장이 국민에게 해주지 못하던 부분을 맡아왔던 국가의 기능이 축소된다. 국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격은 경제적인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이 누려온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줄어든다. 미국의 정치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세계 경제 속에서 미국이 차지했던 위상이 타격을 입게 된다. 아무리 미국이 큰 소리를 쳐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무엇이 미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가? 미국 정부의 과다 지출에 따른 만성 적자구조가 지금 미국의 망조인가? 아니다. 정치인들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그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미국이 파국을 맞고 있다. 미국인들도 대다수가 정치인들을 탓하고 있다. 정치는 국가가 있고 하는 것이지, 국가가 망하면 정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