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데뷔전 승리’ 유상철 연착륙할까

2011-07-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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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사령탑으로서의 데뷔전을 깔끔하게 승리로 장식한 유상철(40) 대전 시티즌 감독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수한 선수자원이 부족하고 승부조작과 성적부진, 감독교체 등으로 사기마저 최악으로 떨어진 대전에서 구원자의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대전은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강원 FC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겨 무려 14경기째 이어온 정규리그 무승행진(5무9패)을 마감하고 새 출발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구단의 한계가 있는 대전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그런 까닭에 유 감독이 최근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축하한다’는 말 뒤에 ‘힘들겠다’는 말이 마침표처럼 붙어 있었다.

◇선수사기에 영향 줄까봐 긴장감도 감췄다=유 감독은 감독 데뷔전을 앞두고 긴장되고 초조할 수도 있지만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선수생활 때도 봤지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절대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며 “이는 곧바로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긴장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유 감독의 이번 데뷔전은 대전이 ‘약체’ 강원을 상대로 1승을 올릴 절호의 기회였고, 강원도 마찬가지 입장이어서 처음부터 ‘혈투’가 예상됐다.

강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자책골을 헌납받아 1승을 챙긴 것을 제외하면 자력으로 이긴 적이 없었고 전력이 극도로 허약해진 대전을 제물로 노리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15위 대전과 최하위인 16위 강원의 대결에서 월드컵 결승전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고까지 얘기했다.

유 감독은 “차라리 우리가 꼴찌였으면 좋겠다”며 “꼴찌에서 하나씩 하나씩 이겨가면 계속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분위기 ‘업’ 일단 성공=대전은 최근 정규리그 두 경기에서 무려 열네 골을 얻어맞고 대패하는 치욕을 당했다.

당연히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마음이 아프고 심리가 흔들린 선수는 유 감독과 동갑내기인 베테랑 골키퍼 최은성(40)이었다.

그러나 유 감독의 데뷔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예상 외로 최은성이었다.
신들린 것처럼 6∼7차례나 몸을 던져 강원의 결정적인 공격을 막아냈다.

최은성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유 감독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선수가 감독에게 무슨 선물을 줄 게 있는가 싶어서 첫 승을 선물하겠다는 뜻으로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최은성은 “내가 두 경기에서 열네 골을 먹었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유 감독이 회의에서 나에게 ‘네가 골문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말해서 꼭 감독에게 선물을 줘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과 단체는 수장이 있어야 하는 데 유 감독이 왔고, 선수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선망의 대상이던 월드컵 영웅이 나타났기에 더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술적 보완도 일단 순항=지난 17일 취임하고서 사흘 동안 훈련을 지휘한 유 감독의 눈에 비친 대전은 전술 이해도와 패스 능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할 팀이었다.

유 감독은 강원과의 데뷔전 전반이 끝나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체력을 아껴가며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안과 공격진과 수비진의 적정한 간격 유지를 강조했다.

후반 들어 대전의 모습은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골이 터져 나왔고 그간 거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고대우가 조커로 부름을 받아 빠른 발과 섬세한 드리블로 상대 진영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줬다.

겨우 사흘 동안의 훈련이었으나 히든카드까지 마련해 대기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술적인 구상이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유 감독은 데뷔전 경기력은 자기 기대수준의 30%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유 감독이 언제쯤 자기 색깔로 내세운 ‘속도감 있는 축구’를 구현해 대전이 약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지가 이제 팬들의 관심사가 됐다.

◇소통하는 지도자가 목표=유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원활한 소통으로 꼽았다.

그는 “선수와 감독의 관계가 너무 딱딱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도 의견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절대 한마디 한마디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자신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라서 대다수 선수가 우러러보는 데 대해 “선수들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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