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너 의장 "부채한도 증액 협상 중단할 것"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베이너 의장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이날 보낸 서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 인상 주장을 언급하며 "세금 인상을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논의는 소용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원 지도자들과 미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같은 베이너 의장의 '깜짝 발표'는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향후 10년 내에 3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감축한다는 내용의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뒤 나온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 의회는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은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공화당은 세금 증액 없이 정부 지출 삭감에 무게를 둬야한다고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공화당, 매우 공정한 협상에서 뛰쳐나와"
베이너가 결국 부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우리는 시간이 없다"며 공화당의 유연한 협상 자세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부문과 국방 지출을 1조 달러 이상 삭감하는 동시에 연금이나 메디케어(노인층 의료지원서비스), 메디케이드(빈곤층 의료지원 서비스) 등 사회보장프로그램 지출 비용 6500억 달러를 삭감하는 대신 세제상의 허술한 구멍을 메우고 공제를 줄이는 방법 등을 통해 1조2000억 달러의 세수를 증대하는 방안을 베이너 의장과 공화당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매우 공정한 협상"이라면서 "공화당 측이 왜 '뛰쳐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회견 뒤 베이너 의장도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오바마 대통령이 골대(협상의 목표)를 옮겼다"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이 백악관 측에 있음을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정부가 지출 삭감에 진지하지 않다면서 "그들(백악관)은 세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백악관 관리 "美 신용등급 강등위험 매우 현실적"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부채 한도가 증액되지 못하면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다음 달 2일까지 불과 11일을 앞둔 상황에서 베이너 의장이 백악관과의 부채 상한 협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혼란으로 몰아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과의 협상 결렬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채무한도를 올리지 못하고 적자 관리를 위한 진지한 조치도 단행하지 못한 결과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것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 두 사람은 모두 미국이 디폴트 상태에는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양측 간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토요일인 23일 베이너 의장을 비롯한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이너 의장은 토요일 백악관 협상에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
공화당의 한 보좌관은 다음 달 2일까지 정부부채 상한선 증액이 이뤄지려면 25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베이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가 이날 4차례나 베이너와의 통화를 시도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