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관계역전… 남은 1년 국정 '혼란' 예고

2011-07-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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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김유경 기자) 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아 레임덕(정권말기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당·정·청 사이의 권력지도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국민적 지지와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출범한 이명박 정권은 신뢰 실추와 내부 조직 와해로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으며, 정부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은 여당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료사회는 꿈쩍하지 않은 채 정치권을 비판하고 있다. 정권 초기 청-당-정 순이던 힘의 관계는 지난해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올해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계기로 완전히 뒤집힌 형국이다.

이에 따라 1년 반을 남겨둔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동안 파행적 국정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靑의 ‘힘’ “본격적인 추락 시작”

“가급적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당정협의가 긴밀하고 원활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 최고경영자(CEO)식 리더십으로 당을 리드하고 정부를 진두지휘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발언은 여당의 새 지도부가 홍 대표 등 비주류를 중심으로 꾸려졌고, 사실상 친이계가 몰락하자 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이 대통령의 절박감이 묻어난다.

그가 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은 국정의 최전방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정부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을 두고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혔고, 사법개혁도 검찰의 강력한 반대에 결국 청와대가 한수 접었다.

지난해 말 개각에서도 청와대와 정부의 권력관계의 현주소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는 진동수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창용 G20준비위원회 부위원장(현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을 임명할 방침이었으나, 청와대가 모피아의 힘에 밀리며 김석동 전 농협경제연구소 소장을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도 하마평에 오르던 조원동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등 청와대 인사들을 누르고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임명됐다.

여당도 권력누수가 심화하고 있는 청와대와 밀월 관계를 끝내려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한나라당이 청와대와의 아무런 교감없이 등록금 부담 경감안을 불쑥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정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쓴소리를 던질 정도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6일 서울외신기자클럽과의 간담회에서 ‘여야의 경쟁적 복지예산 증액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포크배럴’(Pork barrel·돼지밥통)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고, 재정지출을 지속가능한 범위안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이날 언급한 포크배럴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정치용어로 최근 정치권의 각종 복지확대 등 포퓰리즘적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 손 놓은 관료들…정권말기 행정공백 우려

정권 말기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이 심화하며 정권의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권은 의석수 확보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권 교체기를 맞은 관료들은 무모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당내에서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을 맡아 대부업 이자율 상한선 30% 인하 및 전월세 부분 상한제 도입 등 서민정책을 추진해온 홍준표 대표는 최근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뉴비전 보고서’를 통해 성장 우선주의로 대변되던 여당의 정책노선을 분배와 복지로 공식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21일 열리는 당정청 회의는 홍 대표가 추진하는 친서민 정책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등 당·청 쟁점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대부업 이자율 제한과 전월세 상한제 등 당·청이 주도하는 친서민 정책은 막대한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어서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당은 내년부터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나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묶은 형태의 ‘메가뱅크’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것도 정권 말기 관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감독 혁신방안 역시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 속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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