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1년5개월동안 고발인과 은행 임직원 등 100여명을 조사하고 2만쪽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했다.
키코는 ‘키(Knock In, 변동상한) 환율’과 ‘코(Knock Out, 변동하한) 환율’, ‘계약환율’로 구성된다.
계약환율이 1달러당 940원이고 키 환율이 990원, 코 환율이 890원인 조건으로 50만 달러어치 키코 상품을 샀다면, 실제 환율이 890~940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 기업은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계약환율인 940원에 50만 달러를 은행에 팔 수 있다.
환율이 940~990원에서 왔다갔다하면 기업은 계약환율이 아니라 상승한 환율에 계약금액을 팔 수 있다.
키코는 환율이 상한과 하한 사이에서만 변동되면 기업은 전혀 손해 볼 일이 없는 상품이다.
하지만 키코는 환율이 키 환율을 넘어서면 은행이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으며 콜옵션의 가치가 풋옵션보다 높게 돼 있었다.
이에 따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키코 범위를 넘어서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콜옵션의 가치가 풋옵션의 가치보다 2배 높은 경우 기업은 계약금액의 2배인 100만 달러를 실제 환율보다 낮은 940원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11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키코의 콜옵션 가치는 풋옵션 가치보다 최소 2.4배에서 최대 14배까지 높게 설계돼 있었다.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92개 기업은 은행이 키코의 이 같은 구조적 불공정성을 감추고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 차이가 평균 2.5배인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키코 계약 후 은행이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차이가 반영된 월말평가서를 매월 기업에 보낸 점을 들며 은행이 계약을 유인하거나 계약 체결과정에서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기업이 큰 손해를 본 이유는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 때문이지 키코 자체의 불공정한 상품 구조 때문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
또 키코가 기업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환 보험 등과 달리 ‘제로코스트(Zero-Cost)’ 상품으로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이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 차이를 통해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남긴 이윤은 계약금액의 0.3~0.8% 정도로 환전수수료나 증권거래 수수료, 예대마진율 등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할 때 지나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민사소송에서 다툴 여지를 남겨뒀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등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은행이 임의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기소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