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진형 기자) 중국의 주요 매체들은 지난 17일 중국 현대문학의 거목으로 꼽히는 쳰종슈(錢鐘書)의 부인 양쟝(楊絳) 여사의 100세 생일맞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양쟝 여사는 그의 남편 쳰종슈(錢鐘書)와 더불어 중국 현대 문학계에서 최고 반열의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양쟝 여사는 1911년 7월 17일 베이징에서 태어나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시절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였다. 귀국 후 칭화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1949년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에서 재직해왔다.
그녀는 저명한 작가이자, 번역가이며 특히 외국문학 연구에 조예가 깊다. 중국에 돈키호테 중문판을 처음 번역 소개했으며 소설 ‘시자오(洗澡 목욕)’, ‘워먼사(我們仨 우리셋)’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치지 않는 학구열과 일에 대한 열정이 젊은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놀랍게도 양쟝 여사는 100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으며 50세 때 스페인어를 배워 번역한 돈키호테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출판된 돈키호테 번역서중 가장 잘 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92세 때에는‘워먼사(我們仨)’, 96세 때에는 ‘인생의 변경에서(走到人生邊上)’를 출판하는 등 무서운 노익장을 과시해왔다.
양쟝 여사의 남편인 쳰종슈(钱钟书) 역시 저명한 작가이자 문학연구가로서 마오쩌둥 전집 영문판 번역을 담당하였으며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역임하였다. 백년에 한 번 날 만한 중국 최고의 수재란 호칭을 받으며 지난 1947년 작품 ‘웨이청 (圍城 포위된 도시)’을 발표했으며 이 작품은 90년대에 TV시리즈로도 방영되었다.
이 작품에서 쳰종슈는 당시 지식인 청춘 남녀들의 애정 갈등과 도피적 경향, 자유분방한 성 사조를 묘사하면서 ‘성안의 사람(기혼)은 성밖(미혼)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성밖의 사람은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城外的人想沖進來, 城里的人想進出來)’ 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또한 1948년 ‘예술론(談藝錄)’을 발표하여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1979년에는 백만개의 단어로 된 ‘관주이볜(管錐編)’을 발표하여 중국 고전을 총망라함으로써 중국 문학계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1998년 12월 19일 88세의 나이로 베이징에서 영면하였으며 사망하던 날 저녁 장쩌민 총서기가 부인인 양쟝 여사에게 직접 전화 조문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부인 양쟝 여사는 40년대 상하이에서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떠돌던 쳰종슈를 만나 한마디 원망없이 주경 야독으로 남편 쳰종슈를 돌보며 그가 '웨이청(圍城)’을 완성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미담으로 후대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