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언론의 자유는 책임이 따른다

2011-07-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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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전 세계에 자신의 미디어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는 꿈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머독의 회사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가 자회사로 보유한 영국의 '뉴스오브더월드'가 불법 도청만 하지 않았어도, 전과자들을 고용해 남의 사생활을 캐지만 않았어도 그의 원대한 꿈은 조만간 이뤄질 듯한 기세였다.

언론인들은 누구나 특종을 원한다. 꼭 특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쓴 글(기사)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보다 빠른 양질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보통은 본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발로 뛰어서 얻으려고 한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이보다 한술 더 떠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불법) 취재를 했고, 법 테두리를 넘어 결국 감옥에도 갈 수 있는 행위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특종을 하고 좋은 글을 썼다고 해도 불법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미국 등지에서 여러 차례 불법 도청으로 녹음된 강력한 증거물들이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는 일들을 종종 본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결정적인 것이라해도 불법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룰(rule)이다.

'뉴스오브더월드'는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왕실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아들이 병에 걸렸을 때도 남의 아픔은 뒤로 한 채 또 역시 도청을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고용하고 매수했다. 그 불법 행위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 땅까지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결국 이러한 행태는 동료 언론인들로부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는 성인물 '허슬러' 잡지를 만드는 래리 플린트도 머독을 비판했다. 내용에 있어서 성인 잡지가 과연 '뉴스오드더월드'보다 나을 것이 없겠지만, 플린트는 "우리 미디어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다 본인이 원해서 출연한다"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생활을 타인에 의해 침해당하면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칼럼을 기고했다.

플린트는 또한 "정치인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고 자신의 위선적인 모습을 폭로하는 일도 우리는 해왔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에 진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았다"고 '뉴스오브더월드'의 행태를 비판했다.

미국은 언론의 자유가 확실하게 보장된 나라다. 한국만큼 언론인들이 '대접'받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권위와 가치는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 자유는 책임과 의무를 바탕으로 행할 수 있다는 데 민주주의 시민들은 누구나 동의한다.

머독의 '뉴스오브더월드'는 그 기본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아무리 황색 미디어라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았으면 절대 지면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플린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자유와 책임 그 중간에서 균형 찾기를 거부하면 아무리 빠르게 정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사회는 그들을 외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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