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다시 불거진 그리스 사태로 인한 위기 전이 공포가 유럽 은행권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최근 유럽 은행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재정불량국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크기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이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늘리면서 리스크 노출 정도를 쉽게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새 국면으로 몰아 넣은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의 규모와 상관 없이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다.
◇佛 은행, 伊 익스포저 최대
이런 가운데 FT는 시장의 초점이 그리스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로 이동하면서 잠재적인 재정위기 전염 고리에 대한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대이탈리아 익스포저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대한 익스포저를 합친 것보다 크다. 콜린스스튜워트증권에 따르면 외국은행들이 보유한 이탈리아 국채는 2620억 달러 어치로 이들이 보유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국채를 모두 합친 2260억 달러보다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권은 각각 7830억 달러, 6420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대이탈리아 익스포저 가운데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와 독일 은행이 이 중 84%를 보유하고 있다. BIS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은행이 보유한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각각 980억 달러와 512억 달러다.
FT는 2주 전까지만 해도 은행가들이나 고위 정책입안자들이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통과시키면서 2차 구제금융 패키지 마련 등 시장이 숨을 돌릴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이는 기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은행가는 FT에 "시장은 유럽의 사태 수습 과정을 지켜보고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