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사업 발주처인 브라질 연방정부 산하 육상교통청(ANTT)의 베르나르도 피게이레도 청장은 11일 밤(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 정부의 고속철 건설 계획은 유지될 것”이라면서 입찰을 두 차례로 나누어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일본 등을 대상으로 한 입찰을 통해 어떤 고속철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나서 건설사를 상대로 추가 입찰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분리 입찰이 건설비용을 추산하기 쉽고 국내외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기술 부문 입찰이 이루어지고 내년 초 건설 부문 입찰이 시행되고 나면 고속철 건설 공사가 늦어도 내년 말이나 2013년 초부터는 시작될 것이라고 피게이레도 청장은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날 실시한 입찰 신청서 접수에서 응찰 업체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입찰 방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NTT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상파울루 증권거래소에서 입찰 신청을 기다렸으나 신청서를 낸 컨소시엄이나 업체는 없었다. 신청서 접수기간은 이날 하루였다. ANTT는 이날 입찰 신청서가 접수되면 오는 29일 우선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브라질 언론은 그동안 업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입찰 조건 변경 가능성을 들어 연기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했으나 피게이레도 청장은 지난 8일 파울로 세르지오 파소스 교통장관 대행과 면담하고 나서 “입찰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입찰 조건 변경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등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입찰을 연기한 바 있는 브라질 정부로서는 추가 연기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찰 신청서 접수에 앞서 고속철 사업 참여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나라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브라질고속철사업단 관계자는 전날 “브라질 현지 업체와의 컨소시엄이 구성되지 않아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면서 “브라질 정부가 사업비 자체를 워낙 낮게 책정한 탓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현지 건설업체들이 발을 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면서 “브라질 정부 측에 사업성을 고려해 줄 것을 끝까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입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브라질 고속철은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를 잇는 511㎞ 구간에 건설된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리우~상파울루 구간을 93분에 주파할 수 있으며, 초기 승객은 연간 3천260만명으로 예상된다.
ANTT는 2018년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개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