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셰 "금융위기, 세계 경제 취약성 드러내"

2011-07-11 16:41
  • 글자크기 설정

보험·헤지펀드 등 '그림자 금융' 규제 강화해야<br/>'EU 재무장관'…역내 경제 지배구조도 강화해야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또 다른 위기를 피하려면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지배구조 및 정책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리셰 총재는 이날 프랑스의 한 콘퍼런스에서 "(금융위기 이후) 지난 4년간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세계 경제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라며 "세계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리셰의 이날 발언은 첩첩한 악재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붕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역내에 재정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국간 경제 격차를 줄이고, 공조기반을 탄탄하게 다지지 않는 한 유로존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리셰는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권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비은행권 등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관에 대한 규제에 있어 여지껏 상당한 진척을 이뤘지만, 부정기적인 규제 강화 등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보험, 헤지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제이미 카루아나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도 최근 그림자 금융권이 촉발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리셰는 유로존과 EU 차원에서 공공재정에 대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럽집행위원회(EC)는 재정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상호 감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EU 경제 거버넌스'를 제안했지만, 유럽의회의 저항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리셰는 "부(富)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재정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지배구조 강화 작업은 내일이 아니라, 내일 이후를 위한 일"이라며 "EU의 경제를 총괄하는 장관을 통해 연방제인 미국보다 더 유연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리셰의 'EU 재무장관'론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나라가 한둘이 아니라고 WSJ는 지적했다. 잘 사는 나라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요 반론이다. 일례로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이날 "EU 재무장관론은 회원국간 '이체(transfer)'를 늘리자는 것에 불과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EU 내 경제 정책을 통합하면 결국 잘 사는 북유럽 국가들이 돈을 이체해 남부 국가를 구제하는 게 다반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리는 "'이체연합(transfer union)'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부자 나라 유권자들에게 씀씀이가 큰 가난한 나라들을 구제해 달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