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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은 이렇다. ‘스피드’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퀵서비스맨 기수(이민기)가 어느 날 방송국으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인기 여성아이돌 그룹 멤버 아롬(강예원)을 10분 안에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야 한다. 이때 아롬이 쓴 오토바이 헬멧에 고성능 폭탄이 장착돼 있고, 두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범에 의해 서울시내 곳곳에 폭탄을 배달하란 명령을 받는다. 제한시간은 단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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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은 스릴러 구조의 가장 큰 핵심인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 예상 밖의 인물이 벌이는 감정 충돌 속 상황이 주요 포인트다. 물론 기본 뼈대는 그렇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충돌의 파열음 속에서 발생하는 인물들에 주목하기 보단 각각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볼거리와 스피드에만 주목한다. 영화 제목 자체가 ‘퀵’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먼저 주목할 부분은 그토록 제작진과 배우들이 강조한 ‘가능할까’다. 영화를 보면 실제 ‘우리 영화 제작 현실에서 가능할까’란 다양한 스케일의 시퀸스들이 여럿 등장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도심 오토바이 폭주신과 차량 연쇄 충돌신은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주인공 기수가 모는 시속 300km의 명품 오토바이 질주를 담은 촬영 기법 역시 관객들에게 무한 스피드 체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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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과 주인공 기수의 애마인 고급 오토바이 속도 계기판이 곧 관객의 눈과 가슴이 된 듯 체 10분의 여유를 두지 않고 스크린은 실감나는 ‘폭파신’으로 도배가 된다. 누가 봐도 CG임을 눈치 챌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실제 도심 속 건물 폭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특히 명동 한복판 질주와 건물 위를 날라 다니는 오토바이 추격신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감안한 듯 제작진의 정성이 충분히 느껴진다.
곳곳에 배치된 코믹 코드도 이 같은 볼거리에 힘을 실어 준다. 러닝타임 115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질주에 몰입하는 영화 속 내용에 정신이 혼미해 질 때 쯤 터져 나오는 웃음 폭탄은 영화 속 의문의 폭탄 테러범이 주도하는 폭발과 더해져 시너지를 발휘한다. 웃음 폭탄의 주인공들이 충무로 ‘명품 조연’ 김인권 고창석 주진모 오정세라면 두 말이 필요 없다. 영화 ‘해운대’의 000만 신화 숨은 주역인 이민기의 넉살맞은 사투리 연기와 강예원의 온몸을 던진 열연도 의도치 않게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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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밝힌 드라마와 캐릭터 창출의 주안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민망할 수준이다.
당초 감독은 ‘퀵’을 스릴러 형태로 만들려 했다고 한다. 얼굴을 숨긴 폭탄 테러범과의 대결이 기본 줄거리 때문이다. 하지만 중반 이후 쯤 영화의 결말이 뻔히 예측되는 캐릭터 배치와 설명은 반전의 묘미를 무참하게 짓밟는다. 더욱이 최종 결말에서 밝혀지는 인물간의 개연성은 억지를 넘어선 수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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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피드와 폭발은 외국영화에서 여러 번 표현된 것이기에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감독의 발언도 갸우뚱해진다. 이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퀵’을 보고 있자면 감독이 말한 대로 여러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전작들의 냄새가 너무 강하다. 각각의 장점만을 뜯어내 이어 붙인 모양새가 크다.
영화의 힘은 스토리와 그것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의 추진력이다. 어차피 충실한 이야기의 맛을 느끼려 ‘퀵’을 선택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개봉은 오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