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드는 무엇보다 지난 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주택시장 붕괴는 주택을 은퇴자산이 아닌 현금화 대상으로 여기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채권을 남발한 결과인데,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대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나 일부 정치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누구도 금융위기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위기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리처드 펄드와 미국 최대모기지업체였던 컨트리와이드의 안젤로 모질로 등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기업 수장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위기 직전에 거액을 챙겼지만, 누구도 형사처벌되지 않았다.
아렌드는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많은 보수를 받도록 돼 있는 월가의 보상 시스템도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모한 투자가 실패로 끝나도 '대마불사' 은행들은 잃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아렌드는 의회와 정부에 대한 월가의 로비 문화도 문제삼았다. 정치 민간단체인 CRP에 따르면 지난해 미 금융권 로비자금은 4억74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는 공직자들이 퇴직 후 연간 50만 달러를 받는 로비스트로 활약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는 정관계와 월가의 유착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렌드는 증시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것도 위기의 신호로 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09년 3월 저점에서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증시 호황이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권이 보유한 위험자산 규모가 급증하면서 거품의 폭발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렌드에 따르면 리먼브라더스 붕괴 직전 미 금융권은 미 경제의 13배에 이르는 183조 달러 어치의 파생상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어 두고 있었지만, 지금은 248조 달러 규모로 늘었다.
이밖에 아렌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금융위기에 책임 있는 이들이 미 경제와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버냉키 의장이 물가 및 고용안정이라는 임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 기업들의 차입비중이 여전히 크고 실물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 등이 또 다른 위기의 전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