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씨카드에 벌금을 부과했지만 공동 당사자인 중국 측에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아 차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의 이중잣대도 문제지만 이를 가능케한 국내 카드사들의 무차별적인 해외겸용카드 발급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 로열티' 한해 2000억원 육박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 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사에 주는 수수료는 2005년 481억원에서 2006년 583억원, 2007년 807억원, 2008년 109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2009년에는 1230억원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는 1800억원에 달해 2000억원에 육박했다. ‘카드 로열티’가 5년 새 무려 4배로 급증한 것.
이 수수료는 우리나라 카드사들이 비자 등이 갖고 있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대가다.
문제는 이 수수료의 대부분이 카드 해외사용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국내사용분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다. 고객들이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카드사들이 이 같은 로열티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자카드의 규정 상 국내 카드사는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의 0.2%를 비자 등에 줄 뿐 아니라 국내 사용액의 0.04%도 국제 브랜드사에 줘야 한다.
실제로 200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카드사들이 지급한 '카드 로열티' 3197억원 중 해외사용분은 417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2780억원이 모두 국내사용분에 대한 로열티다.
◇카드사, 연회비 높은 해외겸용카드 가입 부추겨
이처럼 애궂은 로열티 부담을 덜기 위한 해결책은 비자나 마스터 등이 찍힌 해외겸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해외겸용카드의 연회비 수익이 짭짤한 국내 카드사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아 문제다.
현재 해외겸용카드는 1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지만, 국내전용카드는 연회비가 5000원 가량에 불과하다.
만약 소비자가 해외겸용카드를 발급받아 이를 거의 쓰지 않는다면 카드사는 해외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5000원의 연회비 차익을 챙기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카드 중 해외겸용카드는 전체의 72.1%(8063만장)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중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은 카드가 전체의 87.3%(7045만장)로 나타났다.
결국 연회비를 노린 카드사의 '꼼수 마케팅'에 해외겸용카드의 무차별적인 발급이 이뤄졌고, 이는 한해 2000억원에 육박하는 국부유출을 불러왔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연회비를 아끼기 위해 영업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아직 없었다”며 “가입시 분명하게 국내전용카드의 존재와 그 연회비 차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신의 `격‘을 높이기 위해 필요없는데도 불구하고 `VISA’나 `MASTER‘가 찍힌 카드를 발급받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며 “고객들의 현명한 선택도 요구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