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180여곳, 12만9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안전진단을 받거나 조합이 설립되는 등 사업이 구체화된 단지만 32개, 1만8577가구에 이른다.
리모델링 수직 증축이 불허 방침이 알려지면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노후 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는 지난 5일 경기 안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가 방침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형욱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리모델링 공사때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범위에서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증축으로 인한 일반 분양 없이는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분당 야탑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수직 증축이 안되면)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이 주민 동의를 받기 어려워져 사업 추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직 증축없는 리모델링은 베란다 앞뒤로만 주택형이 길게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 밖에 나올 수 없다"며 "최소한 가구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안전이 담보되는 범위 내에서 수직 증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논란은 내년 선거와 맞물리며 정치 쟁점으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는 안전성 등의 문제로 수직 증축을 불허했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정치권은 수직 증축 허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다음 국회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직 증축 불허로 방향이 확정되면서 리모델링 추진이 어려워진 노후화된 고층 아파트 단지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가 또 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신도시 고층 아파트 단지는 현행 기준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리모델링 단지에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공사비 지원 방안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