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스스로 나이에 연연하고 있다는 게다.
아니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우리 나라 굴지의 금융 회사 신한금융그룹이 최고경영자(CEO)의 신규 선임 연령을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연임 때도 만 70세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이유가 뭘까.
특정 인물이 ‘장기 집권’ 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라는 취지라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을 뽑아 나이에 따른 리더십 불안정을 막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 있을 법하다.
기업만 이처럼 조직 수장(首長)의 나이를 제한하는 게 아니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5월 올해 말에 임명될 차기 총장 선임안을 내 놓았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차기 총장은 65세까지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마치도록 나이 제한을 뒀다는 사실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가 더 위엄이 있어 보이는 우리 대학가 풍토에서 이런 방안을 내 놓았다는 다소 의외이기는 하다.
연세대가 총장의 나이에 상한선을 둔 이유는 신한금융이 내 세우는 취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세대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기대와 바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UNIST(울산과기대)의 차기 총장 선임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을 떠 올리게 한다.
UNIST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될 것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는 차기 총장을 뽑는 일에 있어서는 아주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UNIST의 현 조무제 총장은 차기 총장직을 노리기 위해 이사회를 통해 대학 정관까지 바꿨다고 이 지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기존 65세이던 총장 선임 연령 제한선을 70세로 '억지로' 뜯어 고쳤다는 것이다.
조무제 총장은 우리 나이로 내년이면 70을 넘는다. 5년 임기의 차기 총장직을 마치면 무려 70대 중반이다.
그런데도 학교 정관에 따르면 총장직을 또 한번 더 수행할 수도 있다. 이른바 ‘삼세번’처럼.
“조무제 총장은 자기 자신을 박정희 대통령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가 없으면 학교를 이끌 수 없다는 게다”
이 지역의 한 언론사에서 일하는 조 모 기자가 내 뱉은 ‘빈정거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