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Andrei Gavrilov ·56)가 9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03년 KBS교향악단 초청이후 8년 만이다.
가브릴로프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산 연주자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18세의 나이로 그의 생애 첫 1등 상을 받았고, 같은 대회의 2위는 한국의 정명훈이었다. 그 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스티아토슬라프 리히터를 대신해 초대되며 의기양양하게 국제 데뷔 무대를 마쳤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공연하며 국제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1979년 옛 소련 당국은 그를 가택 연금하며 외부와 격리시켰다. 여러 차례에 걸쳐 소련 정부를 비판한 것이 이유였다.
5년 뒤 그는 고르바초프에게 서방 여행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같은 해 영국 바비칸홀, 이듬해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며 재기했다.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독주 무대를 누비며 이름을 얻은 그는 89년 독일에 정착했다.
1990년 10월, 가브릴로프는 독일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쇼팽, 프로코피에프, 슈베르트, 바흐, 그리그 등을 잇달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가브릴로프는 7년간의 휴식을 가졌고, 공개된 공연은 거의 가지지 않았다. 그는 철학과 종교에 대해 공부했고,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아이디어를 탐구했다.
2001년, 16년 만에 의기양양하게 러시아에 돌아온 가브릴로프는 어느 날 저녁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와 함께 4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 이후로 변함없이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 각지를 돌며 연주하고 있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공연했고, 2009년에는 4개월간의 러시아 투어를 포함한 세계 투어를 가졌다. 2010년 2월 그는 비엔나 필하모닉 골든 홀에 초대돼 14년의 공백을 깨고 4개의 협주곡을 연속으로 연주했다. 이 공연이 끝나고 비평가들로부터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1993년 바흐, 쇼팽, 리스트, 슈만 등의 CD와 DVD를 작업한 이후, 또 다른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1998년 그는 필립스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음표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탄력 있는 연주법은 특히 리스트와 러시아 작품 연주에 빛을 발해 '지프라 이후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는 2003년 내한하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 ‘프랑스 모음곡’ 전곡을 연주했다. 2010년부터 현재 러시아에서 60여회의 장기 투어 중이며, 국적은 독일로 현재 스위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쇼팽과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