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라는 명칭 때문에 시중 유동성이 저축은행으로 과도하게 유입됐고, 결국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많은 예금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상호저축은행 명칭을 허용해준 것이 화근이었다며 정적(政敵)인 민주당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는 국정 운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명칭이 부실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었다면 한나라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를 떼고 저축은행으로만 표기할 수 있도록 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상호저축은행이 저축은행으로 단축 명칭을 사용할 경우 신인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법안을 개정한 배경이었다.
지난 수년간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린 것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기 때문이며 명칭이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저축은행이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까지만 예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책일 수 있다.
명칭 변경과 같은 징벌적 제재 방안으로 궁지에 몰린 저축은행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부실 경영의 주범인 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쏠림 현상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건전한 모습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다.
금융 생태계 안에 저축은행이라는 주체가 버젓이 존재하는 한 이들을 인위적으로 없앨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부실을 야기할 수 있는 저축은행들은 미리 솎아내고 남게 될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금융당국이 4일 구조조정 추진 및 자본확충 지원 계획을 담은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 방안을 발표한다.
아무쪼록 쓰러진 저축은행에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