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은 이들 8000만명의 공산당원과 389만개의 기층조직을 통해 유지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억명 중국인 사이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공산당원들은 중앙 통치기구뿐만 아니라 국유기업, 사회단체, 지방 정부 등을 장악해 중국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들 기층조직은 주로 상부에서 내려온 당의 노선과 방침, 정책을 실제적으로 선전하고 집행하며 민주주의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특히 중국은 촌(村)이나 향(鄕) 등 당 기층조직을 중심으로 중국식 민주주의 실험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촌민위원회의 직접선거는 1988년 6월 처음 시작됐다. 단계적으로 확대돼 현재 전국 60만개 촌의 약 95%에서 직접선거가 이뤄진다.
향진(鄕鎭)급 단위의 직접선거는 촌보다 훨씬 늦은 2001년에야 비로소 쓰촨성 핑창(平昌)현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후 직접선거는 중국 전역으로 천천히 확대되고 있지만 현·시·성 등 비교적 규모가 큰 행정단위에서는 아직까지 당원 대회 혹은 대표대회에서 간접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선거에도 민주적 절차는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 공산당에서 후보자 1명을 지명하면 자동으로 선출됐던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복수 후보를 놓고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자를 선출하게 하고, 또 당 조직이 추천하는 후보 외에 당원이나 일반인들의 추천 후보가 함께 선발되고 있다
당 기층조직에서 실험되는 민주주의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향후 중국 공산당 전체에까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식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7년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에서는 “공산당 내 민주주의 확대는 당 뿐만 아니라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당내 민주주의 실험을 긍정 평가했다.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이 없으면 경제개혁도 성공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이룬 성과들도 잃을 수 있다”며 정치개혁을 논했다.
그는 “인민이 촌을 잘 관리하면, 향을 잘 관리할 수 있고, 다음에 현을 잘 관리할 수 있으며, 이는(정치개혁은) 하나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 중국식 민주주의의 확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제수준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여지없이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다. 중국 공산당이 향후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 정치 실험을 어떻게 펼쳐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