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고속으로 커졌으나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등 범죄가 속출하고 개인들의 도박성 투자가 빈번해진 탓에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 코스닥 15년 시총 12배 성장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7조6000억원, 상장법인수 331개으로 출발했다. 이에 비해 현재(24일 기준)은 시총은 12배 이상 증가한 96조9000억원, 상장법인수는 3배 이상 늘어난 1025개에 달한다.
1996년 하루평균 10만주, 20억원이던 거래규모는 올해 들어 5억5500만주, 1조845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출범 당시 시총은 연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이 1조792억원으로 1위였다. 올해는 셀트리온이 3조8천856억원으로 정상에 올랐다.
성과도 눈부셨다. 코스닥 상장사는 지난해 101조원의 매출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8.6%를 차지했다. 그 비중도 증가 추세에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기능을 톡톡히 했다.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기업공개로 5조1789억원, 유상증자로 14조5913억원을 조달했다. 지금까지 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3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의 86%가 중소기업이다. IT·BT·CT 등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한 기업은 약 55%로, 첨단기술주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해 말 기준 4122억달러다.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주요 신시장 중 2위이며, 시가총액 및 상장회사 수는 세계 4위다. 규모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한 신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추락한 신뢰도 회복이 관건
성장 가도를 달려온 코스닥시장의 이면에는 취약한 부분도 수두룩하다.
시장을 대표할 만한 대형주·우량주가 눈에 띄지 않고 상장사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점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도 유가증권시장으로 오면 시총 50위권 수준에 불과하다. 셀트리온에 크게 뒤지는 나머지 상장사의 존재는 매우 미미하다.
대형주·우량주가 없다 보니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상장사에 대한 신뢰 추락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ㆍ배임 공시는 2008년 93건에서 지난해 18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불성실 공시도 지난해만 70건이다.
거래소는 2009년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해 같은 해 16개 상장사를 퇴출시킨 데 이어 지난해에는 74개 기업을 상장 폐지했다.
이런 취약한 여건을 반영하듯 코스닥시장은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도가 낮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거래에서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각각 21.5%, 18.6%였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각각 3.6%에 그쳤다.
개인의 비중은 91.8%나 됐다. 코스닥시장이 여전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단기투자 위주의 시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 지수가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일 때도 코스닥시장은 '찬밥' 신세였다.
다만, 이런 현상은 최근 코스피 지수의 상승이 대형주 랠리 덕분이었기에 중소형주의 강세가 가시화될 때 코스닥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과제는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강소기업의 육성을 지원해 세계 최고의 신시장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투자자의 신뢰 회복과 시장 활성화가 급선무다. 각종 횡령·배임, 주가조작 사건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투자처로서 매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량 기업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실효성 제고, 우회상장·3자배정 심사강화, 시장건전성 저해행위자 관리강화 등의 시장건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량 중소기업의 성장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정책과 연계한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비상장 중견기업 상장 유치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닥 시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높은 위험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며 "투자자 신뢰를 되찾고 코스닥의 가치를 높이려면 우량기업을 따로 모아 지수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