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벽산건설에 115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벽산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이 500억원대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분담안을 제시했으나 신한은행 측이 반발하면서 450억원 규모로 축소 조정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벽산건설 부실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벽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일산 식사지구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제공한 신한은행이 과도하게 자금을 회수하면서 벽산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벽산건설과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할 때 PF 사업장에서 모자라는 자금은 PF 계약을 체결한 은행에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신한은행이 대출을 회수하고 있는 만큼 부족한 공사비도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충분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벽산건설이 투명하게 운용하지 않았고 우리은행도 이를 방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식사지구 시행사인 청원건설·대양산업개발과 3300억원 규모의 PF 계약을 체결하고 이 가운데 2100억원은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회수했다.
이후 1038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면서 PF 약정 변경을 통해 공사비로 우선 지급하도록 명시했다는 것이 신한은행 측 주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PF 약정을 변경하면서 시공사와 협력업체의 공사비를 먼저 지급하도록 배려했다”며 “PF 대출 기간도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에 이어 세번째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줄 건 다 한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벽산건설이 추가지원 자금을 협력업체 공사비 등으로 지급하지 않고 자체 운영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도 주채권은행으로서 자금 운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양측이 감정 싸움을 벌이는 사이 공사비를 제 때 지급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 막아야 하는 어음이 상당한데 벽산건설 측으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벽산건설은 자금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신한은행에 문제 제기를 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식사지구에 입주한 세대도 피해를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식사지구는 99%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입주율은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시행사 측은 높은 분양대금이 입주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보고 입주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공사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벽산건설 측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