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대외활동을 삼가면서 내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몰입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경쟁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자산을 확대한 카드사의 CEO와 담당임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카드 신규발급 증가와 마케팅 비용 등이 주요 감시지표다. 당국은 매주 이를 검사해 '묻지마 카드 발급' 등을 방조한 책임을 CEO에게도 물을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대부분의 모집인들은 카드사 소속이 아닌 위탁계약을 통해 맺어진 관계여서 이들에 대한 책임도 CEO에게 물어 직접적인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대란 이후 처음 'CEO 문책'이란 칼을 빼든 것으로, 카드대출로 인해 늘어나는 가계부채 및 정보기술(IT) 보안 사고 등에 관한 책임을 엄중히 묻기 위해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02년 카드대란 당시 삼성카드와 옛 LG카드, 외환은행에 미성년자 등 무자격자에 카드를 발급하는 것 등을 문제삼아 1~2개월동안 신규카드 발급을 중단시키고 해당 CEO를 문책한 바 있다.
IT보안 관련해서도 CEO에 대한 제재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카드사 CEO들은 연간 IT보안계획을 직접 승인해야 하며 그 이행여부를 확인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카드사 CEO들은 대외활동을 삼가는 대신에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올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중점적으로 한다는 방향을 세워 다음달 중순 경영전략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와 맞물려 리스크 관리를 큰 목표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도 후발 주자로 영업력 확대가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불법모집인 등 카드 영업점 행태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이중 체크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로 인해 문책 대상으로 직접 거론되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대외활동을 삼가고 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전업계 카드사로 출범한 이후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재 수준이 어느 때보다 강화돼 모든 카드사들이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하반기 영업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가계부채 책임론을 고려해 과당경쟁을 자제하며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