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는 당초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막상 27일 최종일 과감한 ‘베팅’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포스코가 주당 19만원을 써 낸 반면 CJ는 주당 20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체 평가의 75%에 해당하는 가격 요소에서 앞선 것이다. 적어낸 총 인수금액도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은 변수에 변수가 이어졌다. 포스코-CJ와 함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롯데는 마감종료시간인 27일 오후 5시 직전까지 최종 입찰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결국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제2롯데월드 등 그룹 주요 현안서 후순위로 밀렸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었다.
이에 앞서 포스코가 삼성과 손잡은 것도 줄곧 논란이 됐다. 범 삼성 계열사인 CJ가 인수의향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계열사인 삼성SDS가 상대편 격인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맺었다는 것 때문에 사촌지간인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사장 간 불화설도 돌았다. CJ는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삼성생명을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삼성그룹 역시 “그룹과 상관 없으며, 정보 유출 가능성도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안그래도 불리했던 CJ는 포스코가 삼성SDS와 손잡으며 더욱 불리하게 흘러갔다. 시장에서도 삼성과 손잡은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오히려 이 점이 CJ그룹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CJ는 겉으로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속으로는 인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얼마까지 베팅할 수 있는지 조율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 역시 본 입찰에서 “더 과감히 배팅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사업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존 물류계열사인 CJ GLS 매출 1조4000억원(2010년 기준)에 대한통운 3조원(2013년 목표)을 더하면 1~2년 내 매출 4조원 돌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수절차를 최종 마무리지을 때까진 여전히 변수가 있다.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2009년 한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포기하거나, 올 초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자금 출처 논란으로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크게 보면 현대건설,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다 그룹이 해체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있다.
실제 증권가에선 CJ와 대한통운의 결합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28일 장에선 CJ 인수유력설이 돌자 CJ는 9.88% 하락, 대한통운은 하락제한폭인 1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CJ의 재원마련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베팅을 한 만큼 인수자금 부담은 더 커졌다. 업계는 CJ가 삼성생명 지분과 보유 현금을 동원하더라도 상당 부분 차입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 5.5%를 모두 매각하더라도 1조원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팔기 어려운 만큼 현금 보유금액 5000억원을 합하더라도 최소 5000억원 이상 차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한통운 노조의 반발도 문제다. 노조 측은 기존 CJ 물류계열사인 CJ GLS와 통합될 경우 인력구조조정이나 물량 배분 갈등을 이유로 CJ 인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CJ 측은 CJ GLS는 지식형 물류회사로 보관 배송에 강점이 있고, 대한통운은 운송 항만 하역에 경쟁력이 있어 물류 전 과정에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2015년 이후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