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은 지난 4월 여야합의에 실패한데 이어, 이번에도 야당의 완강한 반대로 법사위 상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SK그룹은 민감한 반응이다. SK네트웍스와 SKC가 SK증권 지분을 각각 22.71%, 7.73%씩 보유해 현행법 위반이다. 그러나 28일 SK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7.73% 전량을 블록세일(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면서 SK그룹의 지분은 SK네트웍스 22.71%로 줄어들었다.
SK그룹은 이달 안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달 2일까지 SK증권 지분 전량을 매각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C 관계자도 "이번 회기 내 공정거래법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지분 제한 해소차원에서 매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SK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공정거래법 통과를 기대하면서 과징금을 무는 방법이다. 최악의 경우 3자 매각이라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과징금은 법 위반 금액(장부가)의 최대 10%로 SK네트웍스의 22.71% 지분에 대한 장부가는 올 1분기 말 현재 1042억원이다. 최대 104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SK네트웍스 22.71% 지분을 SK C&C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없다. SK C&C도 지주비율(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 문제 때문에 SK증권 지분을 떠안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SK관계자는 "SK증권 지분 처리 방향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까지 CJ창업투자를 매각해야 하는 CJ그룹도 대책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CJ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CJ투자증권을 내놨지만, 여전히 금융회사인 CJ창투를 보유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현재 관련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그룹은 13곳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는 29일 오전에도 전체회의 일정이 잡혀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까지 나서 법사위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민주당 측 간사인 박영선 의원 등의 반대가 거세 여야 합의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대로 내년 4월까지 시간만 지나면 2년을 넘게 끌어 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